그러자 여자 목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것 보세요. 하나님의 시험입니다. 댁이 다시 여기 나오나 안 나오나 그걸 시험하는 거예요. 우선 이 고무신올 신고 가세요. 그리고 다음번에 나오시면 구두를 찾아드릴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의 뜻이에요.”

 

고무신은 내 발보다 다소 컸다. 그걸 끌고 교회당을 빠져 나왔다. 하나님의 시험? 그러니까 하나님은 내 위장에 대한 촬영 기록부 따위는 아직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나는 적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교회당을 빠져 나오다가 나는 고개를 넘어오는 성애와 마주쳤다. 그녀는 보따리 하나를 옆에 끼고 허둥지둥 걸어오다 나와 마주치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어머, 어디서 나오시는 거죠?”

 

“교회당에서.”

 

“거긴 뭘 하러 가셨어요?”

 

“저녁 예배에 참석하려구요.”

 

“전부터 다녔어요?”

 

“아니오. 오늘 처음이오. 그리고 마지막일지도 모르오.”

 

“호호호, 기왕 다니면 계속 다니시지 왜 마지막이예요?”

 

“구두를 잃어버렸어요. 이 교회당엔 도둑놈이 많아서 안 되겠어요. 이거 보시오. 남의 고무신을 신고 나왔소.”

 

“저런! 구두 한 켤레 마련하려면 또 몇 달을 기다려야겠네요. 그까짓 예배당엔 가지 마세요. 몸이 무척 수척해진 것 같군요. 더 많이 아팠어요?”

 

“그만저만 했어요.”

 

“갈 곳이 없어서요. 방을 뺏겼어요. 날씨는 추워지고 돈은 없구 할 수 없이 기어 들어오는 거죠. 하지만 곧 다시 갈 건데요, 뭐. 참 영감 할매 다 건재하죠?”

 

“네, 들어가면 좋아하실 거요.”

 

“아니에요. 다시 쫓아내지나 않았으면 다행이지요. 내 방은 비어 있는 거죠?”

 

“손님이 있어요. 그 얘길 내가 미처 못했군. 그러니까 성애 씨가 나간 지 일 주일만에 할머니가 손님을 넣었어요. 살림은 어렵고 방을 비워둘 이유가 없지요.”

 

“아니, 그렇다고 일 주일만에… 너무 하군요. 손님이란 누구예요? 여자? 남자?”

 

“여자예요.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때면 직장에 나가더군요.”

 

“갈보를 넣었군요. 하긴 비어 있는 방에 누군들 못 들어올까? 다시 돌아가야 할까 봐요.”

 

“어디로 갈 건데요?”

 

“아무 데나 가야죠. “

 

“아무 데라니, 그러지 말고 집으로 가요. 가서 엄마와 의논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