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누구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 새끼 악질이에요. 난 닷새가 되기 전에 달아나야 해요.”

 

“아니, 어디로 달아난다는 게요? 그 녀석 오지 못하게 하면 될 거 아니오?”

 

“어림없어요. 한번 집을 알았으니 약속을 어기면 이번엔 찾아와서 날 죽일 거예요. 죽이고 말 거예요.”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누구일까? 대단한 무법자로군. 그 녀석의 애인이오?”

 

“미쳤어요? 그 따위 놈하고 애인하게.”

 

“그럼 뭐란 말이오? 그 녀석의 돈이라도 잔뜩 빌려 썼나요?”

 

“돈은 약간 썼어요.”

 

“얼마나?”

 

“조금. 기만 원밖에 안 돼요. 그래도 놈에게는 몇 백만 원보다 큰 돈이죠. 그만한 대가를 놈에게 해야 돼요. 난 달아날 거예요.”

 

“어디로?”

 

“천당으로. 호호호, 이씨가 가르쳐 줬지 않아요, 천당 있는 곳을? 설마 천당까지야 찾아올라구요. 그런데 난 그날 깜깜해서 미처 천당 있는 곳을 보지 못했어요. 다시 잘 가르쳐 줘요. 그래야 내가 안전하게 숨을 수가 있죠.”

 

“아가씨, 날 놀리는군. 사기꾼이니까 놀림을 받아도 좋지만 말이지. 아무튼 달아날 생각은 버려요. 내가 좋은 방법을 궁리해 보겠소.”

 

“이씨가 어떻게? 돈 있어요? 돈 있으면 방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방을 얻으면 거기 가서 있겠소?”

 

“방만 있다면 있구 말구요. 지금 숨어 있을 데라곤 한 군데도 없어요.”

 

“내가 돈을 구해 보겠소.”

 

“어머머, 할매는 식비를 석 달치나 밀렸다고 죽는 소리 치던데. 돈을 어떻게 구해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물을 거 없어요. 그런데 김씨가 누구요?”

 

“말하지 않겠어요.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닷새 안에 돈을 구할 수 있어요?”

 

“구하도록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