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들 그래?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끔찍한 일이 생겼답니다."
요리사가 말했다.
"사람이 죽었대요."
"사람이 죽었다고? 어디서? 왜? 언제?"
고드버 상점 점원은 자기가 꺼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끼어 들어 설명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아가씨, 요 아래 작은 오두막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아세요?"
"알고 있느냐고?" 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 스코트라고 하는 젊은 마차꾼이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호크 거리 모퉁이에서 이 놈의 말이 말씀입니다… 견인차를 보고 놀라서 뛰는 바람에, 그 불쌍한 스코트가 떨어져서 길에 뒤통수가 부딪혀 죽었어요!"
"죽었다구요?"
로라는 고드버 상점의 점원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달려가서 안아 일으켰을 때는 벌써 죽어 있었답니다."
점원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제가 여기 올 때 마침 사람들이 시체를 집으로 옮기고 있더군요."
그리고 점원은 요리사를 보며 말했다.
"마누라와 어린것들을 다섯이나 남겨두고 죽었으니 말이에요."
"조즈, 이리 좀 와."
로라는 언니의 소매를 붙들고 주방을 거쳐 녹색의 니스를 바른 문 저쪽까지 그녀를 끌고 갔다. 거기에서 로라는 발걸음을 멈추고 문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조즈. 죄다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닐까?"
"죄다 그만둔다고, 로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조즈는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 물론 가든파티를 그만두자는 거야."
조즈는 왜 이걸 모르는 척하는 걸까? 그러나 조즈는 점점 더 놀라는 모양이었다.
"가든파티를 그만둔다고? 이봐 로라, 어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할 수 있니? 물론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아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 안돼."
"하지만 바로 대문 앞에 사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가든파티를 할 수 있어?"
사실 그것은 황당한 일이었다. 그 작은 오두막집은 이 저택으로 통하는 가파른 고갯길 아래쪽 골목에 모여 있었다. 그 집들과 이 저택 사이에는 꽤 넓은 길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그 오두막집들은 정말 눈에 거슬렸다. 이를테면 이 근방에 있을 권리가 전혀 없는 집들인 셈이었다.
갈색 비슷한 옅은 초콜렛 색으로 페인트를 엉성하게 칠한, 작고 초라한 집들이었다. 좁은 뜰에는 양배추 잎사귀와 말라빠진 닭, 빈 토마토 깡통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마저 가난에 찌들어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누더기를 연상시키는 그 가냘픈 연기는 세리던 가문의 굴뚝에서 힘차게 솟아나는 커다란 은빛 깃털 같은 연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 골목에는 빨래하는 여자, 굴뚝장이, 구두 수선공, 그리고 집 정면의 벽 가득히 작은 새장을 걸어 놓고 파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세리던 가문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곳이 출입금지 지역으로 정해져 있었다. 말투가 상스럽고 게다가 무슨 병을 옮겨올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금 더 자라고 나서, 로라와 로리는 산보를 하면서 몇 번 그곳을 지나치곤 했다. 사실 불쾌하고 더러운 곳이었다. 그들은 몸서리를 치면서 그 길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람이란 어디든지 가보고, 될 수 있으면 이것저것 경험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지나가곤 했다.
"이봐, 생각을 좀 해봐. 그 불쌍한 여자가 우리 집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면 도대체 기분이 어떻겠어? 생각해봐."
로라가 말했다.
"하지만, 로라!"
조즈는 드디어 정색을 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 사람이 사고를 낼 때마다 악대의 연주를 그만둔다면 정말 평생 동안 어떻게 살겠어? 나도 역시 너처럼 그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사실 동정하고 있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