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세리던 부인도 화를 내며 아까 조즈와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정말 바보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로라."

그녀는 쌀쌀하게 말했다.

"저런 사람들은 우리가 희생을 해주어도 거기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아. 너는 지금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모두 짓밟으려고 하고 있어. 그게 정말 동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건 옳지 않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로라는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 방을 나와 자기 침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정말 우연히, 그녀의 눈에 먼저 띈 것은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황금빛 데이지와 검고 긴 빌로드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쓴 아름다운 소녀,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리라고는 전에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말한 것처럼 나는 정말 그렇게 예쁜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한테 한 말은 정말 엉뚱한 것일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 그녀는 다시 저 가엾은 여자랑 어린애들, 시체가 집으로 운반되어 가는 모습을 다시 한번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훨씬 희미해졌다. 진짜 현실이 아닌, 신문에 나와 있는 사건처럼 희미하고 꿈 같은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 가든파티가 끝나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작정했다. 어쨌든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식사는 한 시 반에 다 끝나고 두 시 반에는 이미 요란스러운 파티를 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녹색 윗도리를 입은 악단이 도착하여 테니스 코트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얘, 키티…"

메이틀랜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어쩐지 개구리 같지 않니? 저 사람들을 연못 주위에 나란히 세우고 지휘자는 한복판 잎사귀 위에 올려놓으면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로리가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서 사람들에게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로라는 아까 그 사건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그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만일 로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 생각이라면 그건 틀림없이 옳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뒤를 따라 현관 홀로 들어갔다.

"로리."

"응?"

그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로라의 모습을 발견하자 갑자기 그는 볼을 불룩이면서 눈을 휘둥그렇게 해 보였다.

"야, 이것 참 대단한데! 놀랐어, 로라. 정말 굉장해."

로리는 말했다.

"정말 그 모자 멋지구나."

로라는 "그래?"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고 미소를 지으며 로리를 올려보았다. 그것 뿐 로라는 결국 오빠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곧 이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악단이 연주를 시작했다. 임시로 고용한 웨이터들이 집에서 천막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나란히 짝을 지은 사람들이 천천히 거닐고 있거나 허리를 굽혀 꽃을 바라보거나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며 잔디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명랑한 작은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다가 오늘 저녁 동안만 잠깐 세리던네 정원에 내려와 앉은 것 같았다. 지금부터 이 새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고생이라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손을 맞잡기도 하고, 뺨을 갖다 대기도 하며 혹은 서로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머, 로라, 정말 예쁘구나!"

"어쩜 그리 모자가 잘 어울릴까."

"로라, 마치 스페인 여자 같구나. 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정말 몰랐다."

로라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며 완전히 들떠서 상냥하게 대답하곤 했다.

"차는 드셨어요? 아이스크림을 드시지 않겠어요? 시계풀 열매로 만든 얼음과자는 정말 별미랍니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한테 뛰어가서 이렇게 부탁했다.

"아빠, 악사들한테도 뭐 마실 것 좀 갖다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윽고 이 그지없이 흥겨운 오후도 서서히 무르익어서 꽃이 피어났다가 다시 서서히 지는 것처럼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됐다.

"이렇게 즐거운 가든파티는 처음이에요…"

"정말 훌륭한 잔치였어요!"

"정말 대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