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며 로라는 자리에 걸터앉아 몸을 뒤로 젖혔다.
"엄마, 뭐라구요? 잘 안 들려요!"
세리던 부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요 전번 일요일에 썼던 그 멋진 모자를 쓰고 오라고 그러렴."
"엄마가 말이야, 네가 지난번 일요일에 썼던 그 멋진 모자를 다시 쓰고 오라고 그러셨어. 그래, 좋아. 그럼 한 시에 보는 거야, 안녕."
로라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려 심호흡을 하면서 팔을 쭉 뻗었다가 다시 얌전하게 내렸다. 그리고 나서 로라는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온 집의 문은 모조리 다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분주한 발소리와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주방으로 통하는, 초록색 니스를 바른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킥킥거리는 길고 이상한 웃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한 바퀴가 달린 무거운 피아노를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아유, 이 공기 좀 봐! 주의해서 살펴보면 오늘은 여느 때와 공기가 움직이는 것조차 다른 것 같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가느다란 바람이 숨박꼭질을 하면서 창문 위에서 들어와 다른 문으로 나간다. 햇빛을 받은 두 개의 작은 그림자가 하나는 잉크 빛, 또 하나는 은빛 사진액자에서 반짝반짝 장난을 치고 있다. 귀여운 두 개의 작은 점, 잉크병 위에 드리워진 것은 더욱 귀엽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따뜻하고 귀여운 은빛 별 같았다. 그녀는 그것에 키스를 하고 싶었다.
현관의 벨이 울리고 세이디의 치마가 날렵하게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남자가 뭐라고 낮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이디는 무관심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리던 마나님께 물어보고 올 테니까."
"왜 그러니, 세이디?"
로라는 현관의 홀로 걸어갔다.
"꽃가게 사람이에요, 아가씨."
사실이었다. 현관을 바로 들어선 곳의 넓직하고 속이 얕은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핑크빛 백합꽃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 백합뿐, 다른 꽃은 없다. 활짝 핀 칸나 백합의 커다란 핑크빛 꽃이 햇살을 가득 받아 짙푸른 가지 위에서 말할 수 없이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오, 세이디!"
로라는 말했다. 그 목소리는 거의 신음 소리에 가까웠다. 그녀는 마치 그 백합의 빨간 불꽃에 몸을 쬐이듯 허리를 굽혔다. 손가락 사이에, 입술에, 또는 가슴 속에 백합꽃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잘못 배달된 것 아닐까?"
그녀는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꽃을 어마어마하게 주문한 사람은 없을 텐데… 세이디, 가서 어머니를 찾아봐."
마침 그때 세리던 부인이 나타났다.
"잘못 배달된 게 아니란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주문한 거란다. 어때, 예쁘지 않니?"
그녀는 로라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어제 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이 꽃들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았단다. 그래서 갑자기,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칸나 백합을 마음껏 사보고 싶었어. 실은 가든파티가 좋은 핑계가 된 셈이야."
"하지만 엄마는 가든파티에 전혀 참견하지 않겠다고 그러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훌륭한…"
로라가 말했다. 세이디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꽃집 남자는 아직 현관 밖 수레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 목에 팔을 감고 부드럽게 아주 조용히 어머니의 귀를 자근자근 깨물었다.
"하지만 얘야, 너도 융통성이 없는 엄마는 싫겠지. 그러니 이제 그만해 두렴, 봐라, 저기 꽃집 아저씨도 보고 있지 않니."
꽃가게 사람은 다시 백합꽃이 가득 담긴 화분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현관 들어오는 통로 양쪽에 한 줄로 나란히 놓아주세요."
세리던 부인이 말했다.
"얘, 로라야.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네, 좋아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