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이 험악해졌다. 그녀가 동생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그들이 더 어렸을 때 자주 싸우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감상적이 된다고 해서 그 주정뱅이 마차꾼이 되살아나지는 않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주정뱅이라고! 누가 그 사람이 주정뱅이라고 말했어?"

로라는 화를 내며 조즈한테 대들었다. 그녀는 그들이 이렇게 싸울 때마다 자주 말하던 옛날 입버릇을 다시 끄집어냈다.

"엄마한테 가서 일러주고 말 거야."

"그래, 얼마든지 이르렴."

조즈는 비둘기처럼 입을 삐쭉 내밀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방에 들어가도 돼요?…"

로라는 커다란 유리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오냐, 들어오렴.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얼굴빛이 왜 그러니?"

세리던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화장대로부터 몸을 홱 돌렸다. 그녀는 지금 막 새 모자를 써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 지금 막 사람이 죽었대요."

로라는 말을 끄집어냈다.

"설마 우리 집 정원에서 그런 건 아니겠지?"

엄마가 로라의 말을 막았다.

"그런 건 아니에요."

"얜, 정말 사람 좀 놀라게 하지 말아라."

세리던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커다란 모자를 벗어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로라는 말했다. 그리고 숨이 차서, 목이 꽉 메인 것처럼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가든파티 따위는 당연히 할 수 없잖아요!"

그녀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악단랑 사람들이 많이 오잖아요? 그러니 틀림없이 언덕 아래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 소리가 들릴 거예요, 엄마. 우리 바로 이웃에 사는 그 사람들에게 말이에요."

로라는 엄마의 태도가 조즈와 똑같은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엄마가 이걸 무척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더욱 견딜 수 없었다. 로라의 말을 조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얘야. 우리 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꾸나. 우리들이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야. 만일 누군가 그 동네에서 그냥 평범하게 죽었다면 - 저렇게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만 - 파티는 역시 그대로 열리지 않겠니?"

로라는 그 말에는 그냥 '네' 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녀는 엄마의 소파에 앉아 쿠션의 술을 만지작거렸다.

"엄마, 우리가 정말 지나친 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녀는 다시 물었다.

"어머, 얘는…"

세리던 부인은 모자를 손에 들고 일어서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로라가 미처 막을 사이도 없이 엄마는 그 모자를 불쑥 머리에 씌웠다.

"어때?"

엄마가 말했다.

"그 모자는 너에게 주마. 꼭 맞춘 것처럼 너한테 잘 어울리는구나. 내게는 너무 요란스러워서… 정말 그림처럼 예쁘기도 하지, 어디 한 번 거울에 비춰보렴. 한번 봐."

그녀는 손거울을 들고 비춰 주었다.

"하지만 엄마."

로라는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 따위는 보기도 싫었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거울을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