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는 식당 시계 뒤에서 겨우 발견됐다. 하지만 세리던 부인은 그게 어떻게 해서 그런 곳에 들어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틀림없이 너희들 중 누군가가 내 핸드백에서 끄집어냈을 거야. 나는 거기 집어넣은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크림 치즈에 레모네이드, 이건 다 만들었니?"
"네."
"그리고 달걀하고, 또…"
세리던 부인은 로라의 손에서 봉투를 뺏어서 살펴보았다.
"이건 마치 생쥐라는 글자 같구나. 하지만 쥐일 리는 없는데 말이야."
"달걀하고 올리브예요."
로라가 엄마 어깨 너머로 건너다 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올리브라는 글자로구나. 정말 괴상한 걸 만들어놓을 뻔했구나. 달걀과 올리브."
겨우 끝내고 나서 로라는 그것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주방에서는 조즈가 계속 요리사를 달래느라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요리사는 조금도 심통을 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기막힌 훌륭한 샌드위치는 아직 구경조차 못해봤어."
조즈가 들떠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종류가 몇 가지나 된다고 그랬지? 열 다섯 가지?"
"네, 열 다섯 가지에요. 아가씨."
"정말 훌륭해요. 고마워요."
요리사는 기다란 샌드위치 칼로 빵 부스러기를 긁어 모으며 활짝 웃었다.
"고드버 상점에서 사람이 왔어요."
세이디가 대기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창 밑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드디어 슈크림이 도착한 것이다. 고드버는 슈크림으로 잘 알려진 가게였다. 이런 것을 집에서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봐, 세이디. 그걸 날라다가 테이블 위에 놓아주렴."
요리사가 지시했다.
세이디는 슈크림을 날라놓고 문간 쪽으로 돌아갔다. 물론 로라나 조즈 모두 이제 어린애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달라고 조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시 슈크림 쪽으로 눈이 자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맛있을 거야… 요리사는 그것을 가지런히 놓으면서 여분으로 붙어 있는 설탕을 모두 털어냈다.
"파티 끝나면 이걸 모두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것 아닐까?"
로라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조스가 대꾸했다. 현실주의자인 조즈는 그걸 다른 집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탐탁치 않았다.
"정말 예쁘고 부풀어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아가씨들, 하나씩 먹어 보세요."
요리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모르실 거예요."
어머, 정말 이걸 먹을 수는 없어. 아침식사를 막 끝냈는데 또다시 슈크림을 먹다니, 생각만 해도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분 뒤에는 조즈와 로라 모두 크림이 묻은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거품이 알맞게 인 맛있는 크림을 맛볼 때에만 볼 수 있는 표정, 먹은 것에 마음이 황홀해진 그런 눈빛이었다.
"우리, 뒤꼍 정원으로 나가보지 않을래?"
로라가 말을 꺼냈다.
"천막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어. 그 인부들 말이야,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야."
그러나 뒤꼍에는 요리사, 세이디, 고드버의 점원, 게다가 한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저런, 저런, 저런…"
요리사는 놀란 암탉 같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세이디는 이빨이 아픈 사람처럼 두 손을 양 볼에 대고 서 있었다.
한스의 얼굴은 뭔가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처럼 찌푸린 표정이었다. 고드버 상점의 점원만이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끄집어낸 당사자가 이 사람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