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에서는 메그와 조즈, 그리고 하인 한스가 이제서야 제대로 피아노를 막 옮겨 놓은 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커다란 소파는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 의자만 빼놓고 나머지 것들은 모두 방 밖으로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래, 그게 좋겠어."
"한스, 너는 이 테이블을 모두 끽연실로 옮겨주렴. 그리고 청소기를 가지고 와서 융단에 난 테이블 자국을 말끔히 지워 없애다오- 아, 잠깐만, 한스…"
조즈는 하인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하인들도 그녀가 시키는 것을 잘 따랐다. 그녀는 언제나 하인들에게 무슨 연극배우의 역할이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했다.
"엄마와 로라한테 빨리 좀 와 주시라고 일러줘."
"네, 네, 조즈 아가씨."
그리고 나서 그녀는 메그 쪽을 돌아보았다.
"피아노 소리가 어떤지 좀 들어봐야겠어. 오늘 오후에 노래하라고 청할지도 모르니까 말야. '세상살이가 괴로워'를 한번 해볼까."
땅! 따르르 따따따! 피아노 소리가 갑자기 격렬하게 울렸다. 그러자 조즈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녀는 두 손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엄마와 로라가 함께 들어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상하게 슬픈 표정을 띠고 있었다.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눈물과 한숨
사랑도 덧없는 것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눈물과 한숨
사랑도 덧없는 것
이제 작별을 고해야지…
그러나 그 '작별'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피아노는 한층 더 힘차고 애절한 소리로 울렸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활짝 피어나 노래 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는 괜찮지요, 엄마?"
그녀는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희망도 모두 사라지고,
꿈인가, 현실인가
이때 세이디가 들어왔다.
"왜 그래, 세이디?"
"저, 마나님, 요리사가 샌드위치에 꽂을 작은 깃발이 있는지 묻는데요."
"샌드위치에 꽂을 깃발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세이디?"
세리던 부인은 꿈꾸듯 그 말을 되풀이하였다. 그 얼굴 표정을 보고 아이들은 그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잠깐 기다려라."
세리던 부인이 분명하게 세이디에게 말했다.
"십 분만 있으면 가지고 가겠다고 요리사에게 말해주렴."
세이디는 방을 나갔다.
"그럼, 로라야."
엄마가 서두르며 말했다.
"나하고 함께 끽연실로 가자. 어디 봉투 뒤엔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어둔 것 같은데. 그것을 네가 좀 써 줘야겠다. 메그야, 넌 빨리 이층으로 올라가서 그 젖은 머리 좀 다듬으렴. 조즈는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내 말 들려? 자 어서어서 서둘러야 해. 말을 안 들으면 오늘 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다 일러줄 거야. 그리고… 아차, 깜빡했구나. 조즈야, 넌 주방에 가서 요리사 좀 잘 달래주렴. 오늘 아침은 어쩐지 사람들이 안심이 되질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