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백화점에 주문을 해도 이보다 더 가든파티에 어울리는 날씨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도 없고 따뜻하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푸른 하늘에 초여름 날씨면 이따금씩 볼 수 있는 옅은 금빛 안개가 끼어있을 뿐이다. 뜰을 손질하는 사나이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잔디를 깎고 다듬고 있었다. 데이지를 심었던 곳의 검고 편평한 장미무늬를 새긴 돌이 빛나고 있었다.

장미꽃이야말로 가든파티의 장식으로 사람들이 눈요기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다. 오직 이 꽃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사실을 누구나 분명히 알고 있다. 장미 자신도 아마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단 하룻밤 사이에 무려 몇 백 송이, 말 그대로 몇 백 송이나 되는 꽃이 순식간에 피어난 것이다. 녹색의 나무들은 마치 천사의 방문을 받은 것처럼 꽃을 향해 몸을 굽히고 있다.

아침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남자들이 커다란 천막을 치러 왔다.

"천막을 어디에 치면 좋을까요, 엄마?"

"얘 좀 봐, 나한테 물어봐야 소용없어. 올해는 너희들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지 말고, 특별한 손님 정도로 봐야 할 거야."

그러나 메그는 도저히 남자들에게 가서 이것저것 일을 시킬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 직전에 머리를 감아서 머리에 녹색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젖은 밤색 머리카락을 두 볼에 찰싹 붙인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멋장이 조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비단 페티코트에 긴 웃저고리를 걸치고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로라, 네가 가 보렴. 넌 말이야, 굉장한 예술가니까 말이야."

로라는 버터 빵을 손에 든 채 뛰어갔다. 무엇보다 집 밖에서 무엇을 먹을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이렇게 좋을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이것저것 판단하고 결정 내리기를 아주 좋아했다. 스스로 그런 일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언제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셔츠바람의 남자 네 사람이 정원 가운데 작은 길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천막을 장대에 둘둘 감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는 모두 커다란 연장 주머니를 메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어딘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로라는 속으로 버터 빵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것을 둘 데도 없고, 그렇다고 던져버리는 건 더욱 말이 안된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딘지 근시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어머니 목소리를 흉내내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나 꾸며대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녀는 어린애처럼 부끄러워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저, 그러니까… 당신들은 저… 천막 때문에 그러시죠?"

"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들 중 키가 제일 큰 남자가 대답했다.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남자였다. 그는 연장 주머니를 조금 들썩이더니 밀짚모자를 뒤로 젖히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일 때문에 이렇게 왔습니다."

남자의 미소는 매우 상냥하고 친밀감이 있었다. 로라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사람의 눈은 정말 보기가 좋구나. 검은빛이 도는 푸른 눈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딴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운을 내세요. 당신을 물어뜯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들의 미소는 마치 이렇게 그녀를 격려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정말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게다가 아주 상쾌한 아침이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이 사람들을 사무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돼. 천막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저기 백합이 있는 잔디밭 쪽이 어떨까요? 그곳이라면 괜찮지 않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버터 빵을 들지 않은 손으로 잔디밭의 백합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남자들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뚱뚱하고 작달막한 남자가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키 큰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좋지 않은데요."

키 큰 남자가 말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장소군요. 이렇게 큰 천막 같은 것은 말이죠…"

그는 마음이 느긋해진 모양이었다. 로라 쪽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어디든 눈에 확 띄는 곳에 세워야 한답니다. 제 말대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로라는 응석받이로 자라났다. 그래서 일꾼이 자기에게 '눈에 확 띄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잠깐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뜻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테니스 코트 구석 쪽은 어때요?"

그녀는 다시 한 번 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