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처녀(妻女)는 그 소리에 놀랐다.
그래서 떨었다 밖으로선 더 급하게
"나를 모르세요? 내요! 내요!"
하고 계속하여 난다, 그러면서
주먹이 똑 똑 똑 하고 문지방에 와 맞힌다.
처녀(妻女)의 가슴도 똑똑똑 때리면서
젊은 여자를 잠가둔 성당 문을 똑똑똑 두다리면서.
20
처녀(妻女)는 어떨 줄 몰랐다,
그래서 거의 기절할 듯이 두려워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남편이 떠날 때,
동리 구장이 달려와 말모개를 붙잡고
"오늘 저녁엔 떠나지를 마오, 부디 떠나지를 마오, 이상한 청년이 나타나 무슨 큰 화변을 칠 것 같소, 부디 떠나지를 마오, 작년 일을 생각하거든 떠나지를 마오."
그러길래 또 무슨 일이 있는가고,
미리 겁내어 앉았을 때 그 소리 듣고는
그는 에그! 하고 겁이 덜컥 났었다.
죽음이 어디서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몸에 오소속 소름이 친다.
21
그의 때리는 주먹은 쉬지 않았다, 똑 - 똑 - 똑 -
"여보세요, 내요! 내라니까"
그리고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 한참을.
"아, 내라니까, 내요, 어서 조금만"
"아하, 아하, 아하 -"
청년은 그만 쓰러진다.
동사(凍死)하는 거지 추위에 넘어지듯이,
그때 처녀(妻女)는 제 가슴을 만지며
"에그, 어쩌나, 죽나보다 -"하고 마음이 쓰렸다.
"아하, 아하, 아하, -"
땅속으로 꺼져하는 것 같은 마지막 소리
차츰 희미하여가는데 어쩌나! 어쩌나? 아하 -
"내라니까! 내요, 아, 조금만……" 그것은 확실히 마지막이다.
알 수 없는 청년의 마지막 부르짖음이다 -
이튿날 첫아침 흰 눈에 묻힌 송장 하나가 놓이리라.
건치에 말아 강물 속에 띄워보내리라,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방랑자를 -
처녀(妻女)는 이렇게 생각함에,
"에그 차마 못할 일이다!"하고 가슴을 뜯었다.
어쩔까, 들려놓을까? 내 버려둘까?
간첩일까? 마적일까? 아니 착한 사람일까?
처녀는 혼자 얼마를 망설이었다.
"아하, 나를 몰라, 나를- 나를, 이 나를……"
그 소리에 그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꼭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물귀신에게 홀린 제주도 해녀같이
그래서 문고리를 쥐었다.
금속성 소리 딸까닥하고 난다,
그 소리에 다시 놀라 그는 뒷걸음친다.
김동환 (시) - 국경의 밤 1부 (7)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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