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먼 길가에선 술집막(幕)에서 널문 소리 들린다,

이내 에익… 허… 허… 하는 주정꾼 소리도

"춥길래 오늘 저녁 문도 빨리 닫는가보다"하고 속으로 외우며

처녀(妻女)는 돌부처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심 없는 사람 모양으로.

이렇게 시산한 밤이면은

사람 소리가 그리우니

웩 - 웩 - 거리고 지나는 주정꾼 소리도.



14

처녀(妻女)는 생각하는 양 없이

출가한 첫해 일을 그려보았다 -

밤마다 밤마다 저 혼자 베틀에 앉았을 때,

남편은 곤히 코구르고 -

고요한 밤거리를 불고 지나는

머슴아이의 옥퉁소 소리에

구곡의 청제비 우는 듯한 그 애연한 음조를 듣고는

그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하였더니

그저 섧고도 안타까워서 -



산으로 간 남편이 저물게 돌아올 때

울타리 기대어 먼 산기슭을 바라보노라면

오시는 길을 지키노라면

멀리 울리는 강아지 소리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더니

갓난애기의 첫해가 자꾸 설워서 -



그보다도 가을밤 옷 다듬다

뒷서당집 노훈장의 외우는 "공자 왈, 맹자 왈"소리에

빨래 다듬이도 잊고서 그저 가만히

엎디어 있노라면

마을돌이로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구운 감자 갖다주는 것도 맛없더니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이불 속에서

계명(鷄鳴) 때 지나게 울기도 하였더니,



"아. 옛날은 꿈이구나!"하고 처녀(妻女)는

세상을 다 보낸 노인같이 무연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처녀(妻女)는 운다,

오랫동안을 사내를 속이고 울던 마음이

오늘밤 따라와 터지는 것 같아서,

- 그는 어릴 때 아직 머리태를 두었을 때 -

도라지 뿌리 씻으로 샘터에 가면

강아지 몰고 오는 머슴아이, 만나던 일

갈잎으로 풀막을 짓고

해 지기도 모르게,

물장구 치고 풀싸움하고 그러던 일,



그러다가 처녀(妻女)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옳아, 그이, 그 언문 아는 선비! 어디 갔을까?"

하고 무릎을 친다.



그리고 입속으로 "옳아, 옳아, 그이!"하고는

빙그레 웃는다, 꿈길을 따르면서 - 옛날을 가슴에서 파내면서.


15

바깥에선 밤개가 컹컹 짖는다.

그 서슬에 "아뿔사 내가 왜?"하고 처녀(妻女)는

황급히 일어나 문턱에 매어달린다, 죄 되는 일을 생각한 것같이.

그러나 달과, 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산 봉화당 꼭지에선

성좌들이 진치고 한창 초한(楚漢)을 다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