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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거리여!
부모의 무덤과 어릴 때 글 읽던 서당과 훈장과
그보다도 물방앗간에서 만나는 색씨 사는
고향아, 달빛에 파래진 S촌아!"
여러 사람은 더욱 놀랐다 그 대담한 소리에
마치 어느 피 묻은 입이,
'리벤지'를 부르는 것 같아서,
촌 백성들은 장차 올 두려운 운명을 그리면서
불안과 비포(悲怖)에 떨었다,
그래서 핫! 하고 골을 짚은 채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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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이 조그마한 S촌을 삼킬 듯이 심하여간다
S촌뿐이랴 강안(江岸)의 두 다른 국토와 인가와 풍경을 시름없이 덮으면서
벌부(筏夫)의 소리도, 고기잡이 얼음장 그는 소리도, 구화(溝化)불에 마주선 중국 순경의 주정소리도,수비대 보초의 소리도
검열 맡은 필름같이 뚝뚝 중단되어가면서, 그래도
이 속에도 어린애 안고 우는 촌 처녀(처녀)의 소리만은 더욱 분명하게
또 한 가지
방랑자의 호소도 더욱 뚜렷하게,
울며, 짜며 한숨짓는 이 모든 규음(揆音)이
바숴진 피아노의 건반같이
산산이 깨뜨려놓았다, 이 마을 평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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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妻女)는 두렵고 시산하고 참다못하여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았다
하늘엔 불켜논 방안같이 환-히 밝은데
가담가담 흑즙 같은 구름이 박히어 있다.
"응, 깊고 맑은데-"하고 멀리 산굽이를 쳐다보았으나
아까 나갔던 남편의 모양은 다시 안 보였다
바람이 또 한 번 포효하며 지난다
그때 이웃집으로 기왓장이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우물가 버드나무 째지는 소리 요란히 난다 -
처마 끝에 달아맨 고추 다램이도 흩어지면서
그는 "에그 추워라!"하고 문을 얼른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