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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보인다 새빨간 불빛이
저리 강 건너
대안(對岸) 벌에서는 순경들의 파수막(把守幕)에서
옥서(玉黍)장 태우는 빨―간 불빛이 보인다.
까―맣게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호주(胡酒)에 취한 순경들이
월월월 이태백을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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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 간다,
국경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함박눈조차 다 내뿜은 맑은 하늘엔
별 두어 개 파래져
어미 잃은 소녀의 눈동자같이 감박거리고
눈보라 심한 강 벌에는
외가지 백양이
혼자 서서 바람을 걷어 안고 춤을 춘다,
가지 부러지는 소리조차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 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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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이 운다, 잉―잉― 하고
국교(國交)하러 가는 전신줄이 몹시도 운다.
집도 백양도 산곡도 외양간 `당나귀'도 따라서 운다,
이렇게 춥길래
오늘따라 간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바가지 달아 매고 건너는
밤마다 밤마다 외로이 건너는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갈린 강바닥을
바가지 달아 매고 건너는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안 보이지,
회령서는 벌써 마지막 차 고동이 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