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봄이 와도 꽃 한 폭 필 줄 모르는

강 건너 산천으로서는

바람에 눈보라가 쏠려서

강 한판에

진시왕릉 같은 무덤을 쌓아 놓고는

이내 안압지를 파고 달아난다,

하늘 땅 모두 회명(晦瞑)한 속에 백금 같은 달빛만이

백설로 오백 리, 월광으로 삼천 리,

두만강의 겨울밤은 춥고도 고요하더라.



8

그날 저녁 으스러한 때이었다

어디서 왔다는지 초조한 청년 하나

갑자기 이 마을에 나타나 오르명내리명

구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달빛에 잠자는 두만강이여!

눈보라에 깔려 우는 옛날의 거리여,

나는 살아서 네 품에 다시 안길 줄 몰랐다,

아하, 그리운 옛날의 거리여!'

애처로운 그 소리 밤하늘에 울려

청상과부의 하소연같이 슬프게 들렸다.

그래도 이 마을 백성들은

또 '못된 녀석'이 왔다고,

수군거리며 문을 닫아 매었다.


 

9

높았다 - 낮았다 - 울었다 - 웃었다 하는

그 소리 폐허의 재 속에서

나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 외우는 백조의 노래같이

마디마디 눈물을 짜아내었다, 마치

"얘들아 마지막 날이 왔다"하는 듯이

"모든 것이 괴멸할 때가 왔다"하는 듯도.

여럿은 어린애고 자란 이고

화롯불에 마주 앉았다가 약속한 듯이 고요히 눈을 감는다.

하나님을 찾는 듯이 -

"저희들을 구해 줍소서"

그러다가 발소리와 같이 "아하" 부르는 청년의 소리가 다시 들리자,

"에익! 빌어 먹을 놈!"하고 침을 배앝는다,

그 머리로서는 밀정하는 소리가 번개치듯 지나간다,

- 그네는 두려운 과거를 가졌다

생각하기에도 애처로운 기억을 가졌다.

그래서 그물에 놀란 참새처럼

늘 두려운 가슴을 안고 지내간다,

불쌍한 족속의 가슴이 늘 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