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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청년이었다.

그는 창살에 넘어지는 아낙네의 그림자를 보고는

미친 듯, 일어서며, 다시

"내요 - 내요 -" 부른다.

익수자(溺水者)가 배를 본 듯, 외마디 소리, 정성을 다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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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妻女)는 그래도 결단치 못하였다,

열지 않으면 불쌍하고, 열면 두렵고,

그래서 문고리를 쥐고 삼삼 돌았다.

"여보세요, 어서 조금만 아하……"

그러면서 마지막 똑똑을 두다린다,

마치 파선된 배의 기관같이

차츰차츰 약하여져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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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妻女)는 될 대로라듯이 문을 열고 있다,

지켜섰던 바람이 획! 하고 귓볼을 때린다,

그때 의문의 청년도 우뚝 일어섰다

더벅머리에 눈살이 깔리고, 바지에 정갱이

달빛에 석골조상같이 꿋꿋하여진 그 방랑자의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