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말은 한가히 풀을 뜯고 개는 꿩을 따르고,

하늘은 맑았고, 푸르고

이 속에서 날마다날마다 이 일족이

잡아서 먹고서, 먹고서 잡아가지고 -

그래서 술을 먹고 계집질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싸움하고 영지를 빼앗고, 암살이 일어나고 -

추장, 무사, 처, 모, 아이, 석부(石釜), 초의(草衣) -

이것이 서로 죽고, 빼앗고 없어지고 하는 대상

평화스럽고 살벌한 세대를 오래 보내었다.



32

새벽이면 추장이

"얘들아 일어나거라!"하는 소리에,

천막 속 한자리에서 잠자던 부부와 부모와 처자와 모든 것들이

이슬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장정은 활을 메고 들에 나가고

처녀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쪼인다.

추장은 연해 싸움할 계획을 하고서 -

일족은 복잡한 것을 모르고 그날 그날을 보내었다.



33

그네들은 탐탐한 공기를 모르고 성가신 도덕과 예의를 모르고

아름다운 말씨와 표정을 몰랐었다

그저 아름다운 색시를 만나면 아내를 삼고

그래서 어여쁜 자녀를 내어 기르고

밤이면, 달이 떠 적막할 때,

모닥불 옆에서 고기를 구워서는

술안주하여 먹으며, 타령을 하면서

짧은 세상을 즐겁게 보내었다

몇백 년을 두고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