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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속에도 사랑은 허화(虛火),

봄눈을 뒤지고 나오는 움같이

고려 지방족의 강득한 씨는

아침나절 호풍이 부는 산국(山國)에도 피기 시작하였다.

여성은 태양이다! 하는 소리가

소년의 입술을 가끔 스쳤다,

두 절대한 친화력에 불타지면서

사랑은 재가승과 언문 아는 계급을 초월하여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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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로부터

비 오는 아침이나 바람 부는 저녁이나

두 그림자는 늘 샘터에 모였다

남의 눈을 꺼리면서,

물 우엔 갈잎 마음속엔 '잊지 말란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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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우는 깊은 밤중에

처녀의 짓두그릇엔 웬 총각의 토수목 끼었고

누가 쓴 '언문본'인지 뎅굴뎅굴 굴렀다

순이의 맘에는 알 수 없는 영주가 즐어앉았다.

콩쌀금 주던 미소년이 처녀의 가슴에 아아

언문 아는 선비가 안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