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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

날마다 꼴단 지고 오다가 그 집 앞 돌각탑 우에 와 앉았다,

땀 씻을 때에 부르는 휘파람 소리는

어린 소녀에게 전하는 그 소리라.

사랑하는 이의 사랑받으면서

꿈나라의 왕궁을 짓는 하루 이틀

아침은 저녁이 멀고 저녁은 아침이 그리운

만리장성을 쌓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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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기는 왕자, 왕녀의 사랑 같은 사랑의 성을

두 소년이 쌓았건만,

헐기는 재가승의 정칙이 헐기 시작하였다.

꽃에는 벌레가 들기 쉽다고

아, 둘 사이에는 마지막 날이 왔다,

벌써부터 와야 할 마지막 날이

전통은- 사회 제도는

인간 불평등의 한 따님이라고,

재가승의 자녀는 재가승의 집으로

그래서 같은 씨를 십대 백대 천대를

순이도 재가승의 씨를 받아 전하는 기계로 가게 되었다.



죽기를 한하는 순이는

울고 떼쓰다가 아버지 교살된다는 말에

할 수 없이 그해 겨울에 동리 존위(尊位)집에 시집갔었다,

언문 아는 선비를 내어버리고 -



여러 마을의 총각들은 너무 분해서

"어디 봐라!"하고 침을 배앝으며

물긷기 동무들은

"어찌 저럴까, 언문 아는 선비는 어쩌고, 흐흥, 중은 역시 중이 좋은 게지"라고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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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문을 듣고 소년은 밤마다 밤마다 울었다.

그리고 단 한 번만 그 색시를 만나려 애썼다.

광인같이 아침 저녁 물방앗간을 뛰마니며

"어찌 갔을까, 어여쁜 순이가

맹세한 순이가 어찌 갔을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