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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벌써 머리를 얹었다네,
으아, 우습다 시집간다더라, 청혼왔다구."
"부잣집 며느리 된다고, 어떤 애는 좋겠다"
하며 여럿은 순이를 놀려대이며
버들잎을 가려가며 물을 퍼 담았다.
"밭도 두 맥 소쉬 있고 소도 세 마리나 있고 흥!"
"더구나 새신랑은 글을 안다더라, 언문을"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며
마을 처녀들은 순이를 놀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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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혼자 속으로
가만히 '시집' '신부'하고 불러보았다.
어여쁜 이름이다 함에 저절로 낯이 붉어진다,
"나도 그렇게 된담! 더구나 그 '선비'하고"
그러다가 문득 아까 아버지 하던 말을 생각하고
나는 집중 집중으로 시집가야 되는 몸이다 함에
제 신세 가엾은 것 같아서 퍽 슬펐다.
"어찌 그 선비는 집중이 아닌고? 언문 아는 선비가, 에그 그 부잣집은 집중 가문이 아닌고? 가엾어라"
그는 그저 울고 싶었다 가슴이 답답하여지면서
멀리 해는 산마루를 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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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었는지 멀리 방축 건너로
"노자- 노자 젊어 노자 늙어……"하는 나무꾼의 목가가 들릴 때,
순이는 깜짝 놀라 얼른 물동이에 물을 퍼 담았다
가을바람이 버들잎 한 쌍을 물동이에 쥐어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