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녀(妻女)

"아니! 아니 나는 못 가오 어서 가세요,

나는 남편이 있는 계집,

다른 사내하고 말도 못 하는 계집.

조선 여자에 떨어지는 종 같은 팔자를 타고난 자이오,

아버지 품으로 문벌 있는 집에 -

벌써 어머니질까지 하는 -

오늘 저녁에 남편은

이것들을 살리려,

소금 실어 수레를 끄을고 강 건너 넘어갔어요

남편도 없는 이 한밤에 외인하고 -

에그 어서 가세요 -"



"내가 언제 저 갈 데를 간다고?

백두산 위에 흰 눈이 없어질 때,

해가 서쪽으로 뜰 때 그때랍니다,

봄날에 강물이 풀리듯이요 -"



"타박타박 처녀의 가슴을 드디고 가던 옛날의 당신은

눈물로 장사지내구요.

어서 가요, 어서 가요 마을 구장에게 들키면

향도 배장(鄕徒排杖)을 맞을 터인데"

그러면서 문을 닫는다 애욕의 눈물을 씻으면서 -



- 청년

"아니, 아니 닫지를 마세요,

사랑의 성전문을 닫지를 마세요.

남에게 노예라도 내게는 제왕,

종이 상전 같은 힘을 길러 탈을 벗으려면

그는 일평생 종으로 지낸다구요

아, 그리운 옛날의 색시여!"



"나는 커졌소, 8년을 자랐소,

굴강한 힘은 옛날을 복수하기에 넉넉하오.

율법도 막을 수 있고 혼도 자유로 낼 수 있소.

아, 이쁜 색시여, 나를 믿어주구려,

옛날의 백분의 일만이라도."



"나는 벌써 도회의 매연에서 사형을 받은 자이오,

문명에서 환락에서 추방되구요,

쇠마치, 기계, 착가(捉枷), 기아(飢餓), 동사(凍死)

인혈을, 인육을 마시는 곳에서 폐병균이 유리하는 공기 속에서

겨우 도망하여 온 자이오

몰락하게 된 문명에서

일광을 얻으러 공기를 얻으러,

그리고 매춘부의 부란한 고기에서,

아편에서 빨간 술에서 명예에서 이욕에서

겨우 빠져나왔소,

옛날의 두만강가이 그리워서

당신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

"당신이 죽었더라면 한평생 무덤가를 지키구요

시집가신 채라면

젖가슴을 꿈으로나 만질까고,

풀밭에서 옛날에 부르던 노래나 찾을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