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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이었다,
저리로 웬 발자취 소리 요란히 들리었다.
아주 급하게 - 아주 황급하게
처녀(妻女)와 청년은 놀라 하던 말을 뚝 그치고,
발자취 나는 곳을 향하여 보았다.
새벽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 심하다,
나뭇가지엔 덮였다 눈더미가,
둘의 귓불을 탁 치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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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의 임자는 나타났다.
그는 어떤 굴강(屈强)한 남자이었다 가슴에 무엇을 안은-
처녀(妻女)는 반가이 내달으며
"에그 인제 오시네!"하고 안을 듯한다,
청년은 "이것이 남편인가"함에 한껏 분하였다.
가슴에는 때아닌 모닥불길.
"어째 혼자 오셨소? 우리 집에선?"
처녀(妻女)의 묻는 말에
차부(그는 같이 갔던 차부였다)는 얼굴을 숙인다
"네? 어째 혼자 오셨소 네?"
그때 장정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가만히 보꾸러미를 가리킨다
처녀(妻女)는 무엇을 깨달은 듯이
"이게 무언데?"하고 몸을 떤다
어떤 예감에 눌리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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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妻女)는 하들하들 떠는 손으로 가리운 헝겊을 벗겼다,
거기에는 선지피에 어리운 송장 하나 누웠다.
"앗!"하고 처녀(妻女)는 그만 쓰러진다,
"옳소, 마적에게 쏘였소, 건넛마을서 에그"하면서
차부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백금 같은 달빛이 삼십 장남인
마적에게 총 맞은 순이 사내 송장을 비췄다.
천지는 다 죽은 듯 고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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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끝내 - 에그 오랫던가"
아까 총소리, 그 마적놈, 에그 하나님 맙소서!
강녘에선 또 얼음장이 갈린다,
밤새 길 게 우는 세 사람의 눈물을 얼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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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
해는 재듯이 떠 뫼고 들이고 초가고 깡그리 기어오를 때
멀리 바람은
간도 이사꾼의 옷자락을 날렸다.
김동환 (시) - 국경의 밤 3부 (6)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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