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대는 이미,

 

"인생이란 고생이다."

 

하는 진리를 깨달을 날도 되지 아니하였소? 이 세상에서 아무 데를 가더라도, 무엇을 하도라도, 거기가 거기요, 그것이 그것이라고 깨달을 때가 되지 아니하였소?

 

'내가 태어난 곳은 사바 세계다. 참고 견디는 세계다. 내가 받는 것은 모두 다 내가 받을 것을 받는 것이다. 이것을 안 받으려고 양탈하는 것은 마치 나이를 아니 먹으려고 뻗대는 것과 같다. 그것은 어리석음이오. 그 뿐 아니라 앞날의 악업을 더 저지르는 것이다.'

 

그대는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오?

 

이런 소리를 하는 나도 실상은 이 집보다 더 나은 집을 가지고 싶어 하오.

 

이보다 더 경치 좋은 곳을,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교통이 편한 곳에, 산색뿐 아니라 야색까지도 볼 수 있는 곳에, 이 집보다도 더 내 취미에 맞는 집을 지어 볼까 하는 어리석은 욕심이 있어서 벌써 거간한테 터 하나를 골라 달라고 말까지 하여 놓았소.

 

그렇지마는, 이것은 물론 헛된 공상이요. 첫째로 이 집을 팔아서 빚을 갚아 버린면은, 새 터를 사고 새 집을 지을 돈이 남을 것이 없는 것이오. 그러면서도 집을 하나 지을 필요가 있다, 꼭 하나 지어 보자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진실로 내가 가련하고 우준한 중생이 아니오?

 

또 설사 내게 돈이 넉넉히 있기로니, 뱀도 지네도 없는 집터는 어디 있으며, 꼭 마음에 들어서 언제까지나 마음에 들 집은 어디 있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오? 죽자 살자 하고 서로 사랑하여서 만난 내외도 몇 해 함께 살아 보면 시들해지는데, 천하에 어디 암만 오래 살아도 마음에 드는 집터나 집이 있겠소? 그러니까,

 

'吉人住處是明堂(길인주처시명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오.

 

하필 집만이랴, 만사가 다 그렇겠지요. 내외간도 그럴 것이오. 사람의 욕심이란 제풀로 내버려 두면 대추나무 뿌리 같아서 한없이 뻗어가는 것이오.

 

이 여자를 아내를 삼으면 저 여자가 더 좋은 것 같고, 이 남자를 남편으로 삼으면 저 남자가 더 잘난 것 같단 말요. 그러고 보면 결국 제게 태인 남편을 가장 좋은 남편으로 알고, 제 아내가 된 여자를 가장 으뜸 가는 여자로 알아서 그로써 만족하는 것이 상책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욕심이라는 심술 궂은 마귀가 사람의 눈을 가리워서 이 분명한 진리를 못 보게 하고서리, 자꾸만 더 나은 것을 찾아서 헤매게 하는 것이오. 이래서 저로는 번뇌가 끝이 없고, 세상으로는 죄악이 그칠 줄을 모른단 말요.

 

'不求大勢佛(불구대세불) 及與斷苦法(급여단고법) 深入諸邪見(심입제사견) 以苦欲捨苦(이고욕사고) 爲是衆生故(위시중생고) 而起大悲心 (이기대비심).'

큰 힘을 갖추신 부처님을 구하지 않고 

-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구하지 아니하고, 

- 여러 가지 삿된 소견에 깊이 빠져들어서

- 고통으로써(以苦) 고통을 버리고자(欲捨苦) 할새,

- 이러한 중생들을 위하는 까닭에 

-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켰느니라. 

 

석가여래께서 수도하신 동기가 여기 있노라고 하셨소. 인생의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이 힘이 많으신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따르는 길밖에 없는데 ─ 다시 말하면 제 욕심을 따르는 이기욕을 버리고 자비의 생활을 하는 길밖에 없는데 ── 이 길이야말로 진리의 길인데, 이 길을 찾지 아니하고 사특한(잘못된, 그릇된, 진리 아닌) 길을 걸어서 괴로움을 버리려고 하니, 그것은 도리어 점점 더 괴로움을 걸머지는 것이란 말요.

 

세상을 둘러보면 모두 괴로운 사람들 아니오? 얼른 보기에 행복된듯한 부자들이나, 권세 있는 자들도 그 속을 들어보면 모두 걱정 근심이여. 그런데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고생이 심하고 걱정 근심이 많은 모양이오.

 

그 사람들은 일부러 걱정 근심을 찾아서 걱정 근심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들 평생에 자고 나면 걱정 근심을 면하고 행복을 찾으려고 애써온 사람들이언마는, 한 살 두 살 나이가 먹을수록 찾는 행복은 점점 멀어가고, 면하려는 고생만 지긋지긋이도 따라오는 거야. 이것이 인생의 진상이 아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