到處無餘樂 唯聞愁嘆聲(도처무여락 유문수탄성, 여기저기 즐거워하는 소리는 없고 오직 근심하며 한탄하는 소리뿐)

 

그래서 옛날 중이 이러한 한탄을 한 것이오.

 

그렇다 하면, 이 사바 세계에서 어디를 가기로 편안한 고장이 있겠소? 사바 세계란 말이 본디 참는 세계라는 뜻이랍니다. 참고 견디고 살아갈 만한 세계란 말야. 그러니까 괴로운 세계란 말인데, 그렇다 하면 잘 참는 사람이 오직 행복된 사람이 되는 것이오. 행복은 추구함으로 얻을 것이 아니라, 제 번뇌 ─ 모든 욕심 말이지요 ─ 를 뿌리째 뽑아버린 때에 비로소 사바 세계에 행복이 있단 말이지요.

 

'願人槃城(원인 반성)'

 

그 중은 이 말로 끝을 막았소. 원컨대 열반성에 들어지이다 ─ 삼계 육도를 두루 돌아도,

 

'到處無餘樂 唯聞愁嘆聲'이니까 다른 데 좋은 데를 찾을 것 없이 내 번뇌를 다 불살라버리자는 말이오. 열반이란 욕심을 떠난 경계라니까.

 

그런데 그대도 저번 편지에,

 

'여보시오, 나는 도저히 이 생활을 더 견딜 수 없소.

 

나는 이 자리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소. 나는 더 나를 속이기를 원치 아니하오. 이런 생활을 계속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소. 여보시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소?'

 

이러한 말씀을 하셨거니와, 나는 그 편지에 여태껏 답장을 아니 하고 있거니와(무슨 말로 답장을 하겠소? 할 말이 없지 않소?), 그것은 그대가 지금 어디 있는지를 잊어버린 까닭이오. 그대 있는 곳이 어딘고 하니 사바 세계요. 그대의 생활이 뜻대로 아니 되고 괴로움이 많은 것은 사바 세계 중생으로 태어날 때에 벌써 그럴 줄 알고 온 것 아니오? 그대가 그 중의 말과 같이 열반성에 들거나 그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아미타불님께 매달려서 극락 세계에라도 가기 전에는 그대는 괴로움은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 아니오? 그대가 이 자리에서 벗어나다니 어디로 벗어난다는 말요? 손오공이 모양으로 힘껏 재주껏 달아난대야 다 가고 보면 또 거기가 거기요. 죽어? 죽으면 어디로 가오. 죽어도 또 거기가 거기요. 사람이 죽어서 모든 괴로움을 벗어날 확신만 있다고 하면, 금시에 자살할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오. 그렇지마는 죽으랴 하고 보면 죽음의 저편이 도무지 마음이 아니 놓여. 죽어서 지금보다 더 괴로운 데로 간다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참고 있는 것만도 못 하거든. 그게 걱정이란 말이요.

 

또 까치가 깍깍거리오. 여러 놈이 함께 깍깍거리는 품이 어디 뱀이 나왔나 보오. 뱀들이 요새에 새새끼들을 노리고 돌아다니는데, 아마 어떤 뱀이 까치 집을 노리는 모양이오. 그 뱀이 까치집 있는 나무를 찾아 기어 올라가서 아직 날지도 못하는 까치 새끼를 잡아 먹는 것이오. 그러나 뱀 편으로 보면 까치 집 하나 얻어 만나기가 아마 극히 어려우리다. 그럴 것이, 이 동네에도 까치 집이 모두 열이 될락말락하는데, 뱀은 아마 수만 마리가 있을 모양요. 또 땅에 붙어 기어다니는 놈이 멀리서 까치집 있는 데를 바라보고 달려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니오?

 

아무려나 까치들은 선천적으로 뱀을 무서워하는 모양이오. 반드시 한 번 혼난 경험이 있어서만 까치들이 뱀을 무서워 하는 것은 아닌상 싶소. 그러나 까치들은 뱀 안 사는 곳에 집을 지을 수가 없구려. 뱀이 살 수 없는 곳이면 까치 살 수도 없는 곳이란 말요. 그러니까 까치는 될 수 있는 대로 뱀이 없을 듯한데다가 집을 지어 놓고,

 

'제발 뱀이 오지 말게 합소사.'

 

하고 비는 수밖에 없을 것이오.

 

내 이 집을 사가지고 오실 부인이 나를 보고,

 

"여기 뱀 없어요? 지네 같은 것?"

 

이렇게 물읍디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었소. 왜 웃었는고 하니, 바로 일전에도, 아마 지붕 기왓장 밑에 친 참새 새끼를 먹으러 왔던 게지요. 젊은 뱀 내외가 대낮에 담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우영이랑 환이랑 나랑 셋이서 우리 면이 다니는 소학교에 표본으로 보냈거든요. 그 아내 뱀이 태중이더라오. 남편이 먼저 들어와서 잡혔는데, 아마 아내가 혼자서 기다리다가 걱정이 되었던지, 무거운 배를 안고 따라와서 같은 유리 병에 들어간 거요. 근래에는 사람에도 드문 열녀야.

 

또 우리 사랑 아궁이 옆에도 분명히 살무사 한 쌍이 산대. 환이 보았노라니 정말이겠지요. 둘이 가지런히 대가리를 내어밀고 혀를 날름날름 하고 있는 것을 환이가 보았다오. 이런 것을 생각하니 그 부인이 묻는 말이 우습지 않소? 그래서 내가,

 

"세상에 뱀 없는 데가 어디 있어요? 지네, 그리마, 노래기 이런 것도 바위 있는 산에는 없는 데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이 부인은 대단히 입맛이 쓴 모양입니다.

 

"난 뱀, 지네, 그런 것 싫어하는데."

 

그리고 양미간을 찡깁니다.

 

뱀, 지네, 그리마, 노래기, 쥐며느리, 거미, 송충이, 이런 것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빈대, 바퀴, 벼룩, 모기, 파리 이런 것 다 싫은 것 아니오? 길가다가 하루살이 그런 것 다 싫지요. 또 우리 몸을 파먹는 모든 벌레와 미생물들, 회충, 촌백충이, 십이지장충, 요충, 결핵균, 임질균, 매독균, 기타 파상풍 일으키는 균, 패혈증 일으키는 균, 트라홈, 옴, 무좀, 이런 것 다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