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이 세상 한 세상 살아가기가 그렇게 어렵구려.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에 죽는다는 하루살이도 그 하루 생명을 부지하여 가기가 매우 어려운 모양이오. 요새 이 집에도 모기가 많이 나왔는데, 내가 모기장을 치고 자니, 여러 십 마리가 모기장 가으로 앵앵하고 돌다가 돌다가 벽에 붙어서 자니, 필시 굶어서 자는 것 아니오? 이것을 사람의 말로 번역하면 생활난이야. 그들의 대부분은 그 조그마한 배도 채울 수가 없어서 굶주리다가 굶주리다가 죽는 모양이야. 그들이 앵앵거리는 것은 과연 비명이 아닐 수가 없소. 내 집 창 앞에 와서 우는 참새들도 산새들도 까치들도 또 아마 창경원에 집을 잡고 있는가 싶은 따오기 왁새들이 내 집 위로 아침 저녁으로 날아다니는데 그들도 무척, 생활난이 아닌가 하오. 아마 요새에 어린 자식들을 두고 먹이를 찾느라고 수색, 일산 등지의 논으로 돌아다니는 모양이오.

 

그들이 인왕산 뒤를 넘어서 북악을 넘으려 할 때는, 더구나 다 저녁때에 너풀너풀 날아 돌아올 때에는 무척 지친 모양이오. 그러다간 황혼이 다 된 때에 또다시 서쪽으로 날아가는 것은 아마 밤 사냥을 나가는 모양이오. 카페 색시들이 밤에 벌이를 나가는 모양이겠지요.

 

또 뻐꾸기가 우오. 응, 그 꾀꼬리도 우오.

 

'뻐꾹 뻐꾹.'

 

'비조비비 지 오비, 지 오리지오리비.'

 

이 모양으로 울고 있소.

 

밤이면 또 쑥덕새가 우오,

 

'쑥덕쑥덕쑥덕쑥덕, 딱딱딱딱.'

 

그들은 암컷을 부르는 것이라오. 하루 종일 부르고 날마다 불러도 좀체로 짝을 만나지 못하는 모양이오. 요사이에는 밤이면 청개구리가,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굴.'

 

하고 세검정 개천 버드나무 밑에서 밤 늦도록 우오. 아마 밤새도록 울겠지.

 

그들도 암컷을 찾는 것이라오.

 

수일 전부터 반딧불들이 셋, 넷, 감나무 밭 위로 오르락내리락, 조그마한 번뇌의 푸른 등을 깜박깜박하면서 헤매오. 그들도 짝을 찾는 것이라 하오.

 

그래도 쉽사리 못 만나는 모양이오.

 

우리집 이웃에는 스물 다섯 살이나 난 총각이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나가지고, 날마다 지게를 지고는 벌이하러 문 안으로 들어가거니, 해 지게 돌아와서는 밥을 먹고는 새 고의적삼을 입고 옥색 조끼를 입고는 세검정 네거리 쪽으로 내려가오.

 

"어디 가나?"

 

"말 가요."

 

하고 그는 웃소. 세검정쪽으로 내려가면 술집 갈보가 있소. 그는 일찍 갈보 하나를 데려다가 한 사오일 동안 놀이를 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장가들 밑천이라고 모아 두었던 돈 일백 팔십 원을 몽탕 써버렸다고 하오. 그 돈을 다 빨라먹고는 그 갈보는 마치 피 빨아먹은 모기 모양으로 다른데로 가버리고 말았소. 요새에는 그 총각은 하루에 기껏 일 원 남짓 버는 터이니, 갈보 팔목 한 번 잡아 볼 재력도 없을 것이오. 그가 밤에 세검정 네거리로 내려가더라도, 유리창을 통하여 그 뚱뚱한 갈보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오거나, 기껏해야 막걸리 한 잔 사 먹고 농담 한 마디나 붙여 보고 올까?

 

이 동네 처녀들은 모두들 공장으로 갔소. 열댓 살 먹어서 동네 총각들의 눈에 들 만큼 되면 공장으로 달아나 버리고, 동네에 남아 있는 계집애라고는 코흘리는 어린 것들 뿐이오.

 

모두들 생활난이오. 벌레나 새들이나 사람들이나, 먹을 것 없을 것 없어 생활난, 시집 장가 못가서 생활난, 그런데 대관절 무엇하러 이렇게 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싶어하는 것이오? 그나 그 뿐인가. 저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애써서 왜 새끼를 치자는 것이오? 그것이 생명의 신비지요. 아마 생물 자신들은 의식 못하면서도 그 속에 우주의 목적이 ─ 어떤 방향을 가게 하려는 목적이 있나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