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그런가? 남편이나 아내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 아니오?
어리석은 사람들은 제 낯바닥이 잘 생겼거니 합니다. 제 낯바닥이 남만 못하거니 하는 사람은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이오, 또 성인에 가까운 사람이오. 그러길래 사진사는 사진을 수정할 때에 본 얼굴보다 낫게 해 주어도 속인들은 불평을 하오.
"이게 무엇이야? 아이고 숭해라."
사진관에 사진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불평하는 것이오. 이때에 사진사는 그 본 얼굴을 바라보고 웃지 않겠소? 본 얼굴은 사진 얼굴보다도 훨씬 못하거든.
사람들은 석경에 제 얼굴을 비취어 보고 스스로 수정을 하고 변호를 하오.
코가 작은 사람은 코가 자그마한 것이 예쁘다고 보고, 얼굴 긴 사람은 얼굴 길음한 것이 으젓하다고 보오. 그러나 제삼자의 냉정한 눈으로 보면 코는 돋다가 말고, 상판대기는 궁상스럽게도 길다,그럴 것이 아니오?
그렇지만 어떡하오? 전생 업보로 그렇게 생겨 먹은 낯바닥은 이생에서는 고칠 도리가 없지 않소? 그나 그뿐인가, 제가 이렇게 못생긴 것을 누구를 원망하오? 부모인들 못난 자식 낳고 싶어서 낳았겠소? 천하에 제일 잘난 자식을 낳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니겠소. 결국 제 업보로 그 만큼밖에 못 타고난 것을 누구를 원망하오? 또 사실 제 소갈머리를 들여다보면 그 낯바닥도 과해.
그러니 타고난 이 낯바닥은 죽는 날까지 세상 사람들 눈앞에 들고 다닐 수밖에 없소그려. 나는 이렇게 못난이오. 이렇게 전생에 악업이 많아 덕은 엷고 복은 적은이오 하는 것을 모가지 위에 높이 들고 다니지 아니하면 아니 되니, 참 냉혹한 벌이라고 아니할 수 없지요. 만일 사람이 이런 줄을 깨닫는다면 어디 사람 없는 곳에 꼭 숨어서 나오지를 못할 것이오.
그렇지마는 어떡하오? 아무리 흉한 얼굴이라도 들고 나와 다니지 아니할 수 없으니. 그러니까 언제나 소곳하고 조심성스럽고 겸손하지 아니할 수 없지요. 아무쪼록 남의 눈에 아니 뜨이도록, 더 흉하게나 보이지 아니하도록 조심조심 할 것 아니오?
"이것 보시오들!"
하는 듯이 그 못생긴 낯바닥을 내두르는 것을 차마 못 볼 일이 아니오?
하니까 여자면 분도 좀 바르고, 사내면 이발이나 자주하고, 게다가 냄새나 아니 나게시리 목욕과 빨래나 자주하고, 또 '얌전'이나 좀 바르고, 이렇게 될 수 있는 대로는 남에게 불쾌감이나 아니 주도록 닦을 수밖에 없지 아니하오?
쓰러져 가는 초갓집에도 꽃나무 하나가 있으면 운치가 있어서 그림장이들이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어합니다.
하물며 그 집에 덕이 높은 사람이 살면 여러 사람이 그 집을 찾아오고, 신문사 사진반도 그 집을 사진 박습니다. 그 모양으로 얼굴이 흉해도 덕이 높거나 무슨 좋은 재주가 있거나 돈이 많거나 벼슬이 높거나 하면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봅니다. 같은 애꾸라도 도둑질이나 하면 '그놈 애꾸놈이' 그러지마는, 나라를 위하여서 큰 전공이라도 세우면 '독안룡'이라고 하여서, 눈 둘 가진 사람보다도 더 존경하지 않아요? 이것이 정말 화장술이 아니오?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 한세상 살아 가는 길 아니겠어요.
저 못난 줄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일 것 같으면, 사람에게 대하여서나 물건에 관하여서나 제 팔자에 대하여서나 불평 불만은 없을 것 아니오? 나는 이것만은 믿게 되었소. 이것이 내가 이 집에 온 지 육 년 동안의 소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