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정에는 방청인도 별로 없었다. 검사는 주범 맹한갑에게 공무집행 방해, 폭행죄로 육 개월, 그 나머지 일곱 사람에게 각각 삼 개월 징역의 구형이 있었다. 피고들은 맹한갑 하나를 제하고 다 황기수를 때린 사실을 부인하였다.
숭은 변호사복을 입고, 한 손에 연필을 들고 검사의 논고 중에 주요한 구절을 적다가 일어나, 피고들의 평소의 정행이 어떻게 순량하였던 것을 들고, 황기수가 유순이라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 뺨을 친데서 사건이 발단된 것과, 또 맹한갑은 다만 황기수의 폭행을 제지하려 그 팔을 붙든 것이요, 먼저 황기수가 맹한갑에게 폭행을 가한 증거는 맹한갑에게 목덜미를 눌린 황기수의 저고리등에 피가 묻은 것이 증명하는 것과, 또 숭이가 우연히 공의 이 ○○의 병원에서 이 주일 치료를 요할 타박상을 당하였다는 황기수가 기생을 희롱하여 술을 먹고 가댁질한 것을 목격하였던 것과, 황기수가 기생에게,
"얘, 입 한번도 못 맞춰보고 손목 한번 못 쥐어보고 봉변만 했다."
하는 말을 들은 것과, 또 ○○경찰서장이 농민의 말보다도 공의의 말을 믿는다던 것을 인용하여 무죄를 주장하고 증인으로 황기수, 이 공의, 기생 최 강월, 숭과 함께 그 말을 들은 농부 김 모를 소환하기를 청하였다.
재판장은 허 변호사의 변론을 중대하게 듣는 빛이 보였다. 그는 가끔 연필로 무엇을 적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재판장은 허 변호사의 증인 신청은 그러할 필요가 없다 하여 각하하고 판결 기일은 다시 정할 것을 선언하고 폐정하였다. 재판장이 고려하려는 용의는 넉넉히 보였다.
허숭은 법정의 흥분이 깨자마자 견딜 수 없이 몸이 괴로움을 깨달았다. 억지로 형무소에 가서 유정근을 면회하고 만사를 다 맡긴다는 위임을 받아 가지고는, 허둥지둥 정거장으로 나와서 저녁차를 잡아타고 살여울 집으로 돌아왔다.
허숭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 그 중에도 자식을 보낸 사람들은 어찌 되었느냐고 허숭을 에워싸고 물었다.
한갑 어머니와 유순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동네와 허숭의 집과의 새에 있는 등성이까지 뛰어 나왔다.
"우리 한갑이 잘 있더냐"?
하고 한갑 어머니는 허숭의 손을 잡았다. 손은 불같이 더웠다.
"네 잘 있어요."
하는 허숭의 대답은 들릴락말락하였다.
허숭은 머리가 핑핑 도는 듯 괴로왔다.
"또 순이 오빠는"?
하고 한갑 어머니는 순을 대신하여 물었다.
"다들 잘 있어요. 정근이는 만나 보았지요. 다들 잘 있어요."
하고 숭은 내 집 마루끝에서 구두를 끌렀다.
"다들 나오게 되었나"?
"판결은 아직 안 났어요"?
동네 사람들 중에서도 자식이나 남편의 소식을 한 마디라도 더 들어 보려고 숭의 집까지 따라 온 사람이 십여 명 되었다.
이 동안에 순은 숭의 방에 들어가 불을 켜고 자리를 펴고 모기장을 달았다. 순은 직감적으로 숭의 몸이 대단히 불편한 줄을 깨달은 것이었다. 순은 베개까지도 손으로 떨어서 바로잡아 놓고 마루로 나왔다.
"나 냉수 한 그릇 주시오."
하고 숭은 방에 들어가는 길로 양복 바지도 아니 벗고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숭은 앓는 소리를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어디 아픈가."
하고 한갑 어머니는 그 때에야 숭이 편치 아니함을 알고 머리를 만져 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무어 좀 자셔야지. 미음을 쑬까."
해도 숭은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