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녀석, 어찌어찌 하다가 돈 푼이나 잡았노라고-아니꼽게!"

 

"염병할 자식. 제 집에는 계집도 없고, 딸자식도 없담, 그 말버릇이 다 무엇이람"

 

"성나는 대로 하면 그저 그 뚱뚱한 놈을 논바닥에다가 자빠뜨려놓고 그놈의 양도야지 배때기를 그저그저 힘껏 짓밟어 주었으면"

 

"그래도 목구멍이 원수가 되어서 이 욕을 참고…"

 

모내는 사람들은 저마다 속으로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마치 말할 줄 모르는 짐승 모양으로 왼손에 쥔 볏모를 세 줄기, 네 줄기 떼어서는 꽂고 꽂고 하였다.

 

"이거 어디 쓰겠나, 들쑹날쑹해서 쓰겠나."

 

하고 농업 기수가 혼자 논 가장자리로 돌아다니다가 중얼거린다.

 

"볏모라는 것이 줄이 맞고 새가 고르와서 쓰는 게지, 이게 다 무엇이람."

 

농업 기수는 점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논머리로 와서 신 참사를 보고,

 

"이거 어디 쓰겠어요? 저것 보셔요. 모두가 들쑹날쑹 오불꼬불 갈짓자 걸음을 하였으니, 이거 어디 쓰겠어요? 그 중에도 이 이랑은 사뭇 점병인걸."

 

하고 유순이가 타고 온 이랑을 단장으로 가리킨다.

 

모내던 사람들은 농업 기수의 못쓰겠다는 말에 모내기를 쉬고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도무지, 이것들이 도야지지 사람은 아니라니까."

 

하고 신 참사가 단장으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글쎄, 이 사람들아, 남의 금 같은 돈을 받아 먹고 글쎄, 모를 낸다는 게 이 따위야. 지금 이 나리 말씀 들었지, 저게 무에람. 들락날락, 아 저게 손목쟁이로 모를 낸 거야."

 

하고는 농업 기수를 향하여,

 

"그저 쇠귀에 경 읽는 것이지요. 아무리 이르니 들어를 주어야지요. 정조식, 정조식하고 천번은 더 일렀겠소이다."

 

하고는 다시 사람들을 향하여,

 

"글쎄, 짐승들이라니까, 굶어 죽기에 꼭 알맞어. 만주 조밥은커녕 죽국물도 아깝다니까."

 

또 농업 기수를 향하여,

 

"그러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내가 저것들을 데리고 농사를 짓자니 피가 마를 지경이죠. 허, 참 사람의 종자들은 아니라니까. 어디 나리께서 좀 잘 타일러 주시고 이왕 모는 그냥 두시더라도 이 앞으로 고랑은 다시 아니 그러도록 좀 가르쳐 주시오. 이걸 다시 내자면 수십 원 돈이 또 없어진단 말씀야요. 나리 잘 양해를 하시오."

 

하고 애걸한다.

 

농업 기수는 신 참사에게 오늘 점심에 한턱 얻어먹은 것을 생각하고, 또 저녁에 한턱 잘 얻어먹을 것을 생각하였다. 또 이 사람들이 낸 모는 뽑아버리고 다시 내지 아니하면 아니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감독하는 관리로서 현장에 왔다가 한마디 없을 수 없고, 한마디 없으면 자기의 위신에 관계될 것 같았다. 또 신 참사에게 잔뜩 생색을 낼 필요도 있고 그뿐더러 시골서는 얻어 보기 드물 듯한 유순의 아름다움을 보매, 무슨 말썽을 일으켜서라도 유순에게 가까이하고 싶었다.

 

"다들 이리와!"

 

하고 농업 기수는 모내던 사람들을 불렀다.

 

남자들은 기수의 앞으로 가까이 왔으나, 부인네들은 내외하느라고 돌아선 채 오지 아니하였다.

 

"다들 이리 나와! 관리가 명령하시거든 복종하는 법이야!"

 

하고 신 참사가 호령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