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숭과 정선과의 약혼은 청년 남녀간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키었다. 일개 시골 고학생과 서울 양반 만석꾼의 딸과의 배필, 청년 수재와 미인 재원과의 배필, 어느 점이나 센세이션거리 아니되는 것이 없었다.
모모 잡지의 시월호에는 숭과 정선과의 사진이 나고, 시와 같이 아름다운 기사가 났다.
이 혼인과 한 쌍이 되는 혼인이 동일 동처에서 거행되게 되었으니, 그것은 한은 선생의 손녀 은경과 청년 발명가 윤명섭과의 혼인이다.
이 혼인에도 한민교가 관계가 되었다. 그것은 한 선생이 한은 선생에게 윤명섭을 소개하고 그 연구비 보조를 청촉하였더니, 한은 선생은 윤명섭의 인물과 내력을 듣고 내렴에 사위의 후보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이건영 박사 문제, 이건영 박사와 심순례라는 여자와 의혼이 되어 서로 사랑의 말을 주고받고 또,
"선생님, 심양은 참으로 제가 바라던 여자입니다."
라고까지 하다가 약 일 개월 전부터 돌연히 태도가 변하였다. 이 박사는 심순례에 대하여 피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이 태도를 본 순례는 그 아버지 심 주사에게 말하고 심 주사는 한 선생을 청하여 말하였다.
한 선생은,
"그럴 리 없으니 염려 마시오."
하고 심 주사를 돌려 보내고는 곧 이 박사를 찾아서 그 연유를 물었다.
그 때 이 박사의 대답은,
"제가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그것은 심양과의 혼인이 저보다도 심양에게 큰 불행일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로는 관계가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끊는 것이 심양을 위한 도리인가 합니다."
함이었다.
이 박사의 말을 들은 한 선생은 크게 놀랐다. 이 일은 도저히 있을 일이 아니었다. 그가 믿던 이건영은 이러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건영이가 심순례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같이 내어버리는 것은, 그가 의리라는 관념을 잃어버렸거나 또는 여자를 희롱한 것이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이 중의 어느 것도 한 선생이 평소에 믿고 있던 이건영 박사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정말요"?
하고 한 선생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건영 박사에게 물었다.
"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고 이 박사는 자신있는 듯이 대답하였다.
"그러면 이 박사는 심순례를 사랑하지 아니한단 말이오"?
하고 한 선생은 다시 물었다.
"심순례를 사랑은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지마는 심순례와는 아직 혼인을 약속한 일은 없었습니다."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혼인을 약속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오"?
하고 한 선생은 다시 물었다.
"사랑이 혼인의 전제는 되겠지요. 그러나 사랑과 혼인과는 전연 다른 것인가 합니다."
"그러면 심순례를 사랑은 하지마는 혼인을 못하겠단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오"?
"이 혼인이 두 사람에게 행복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왜 행복되지 못하오"?
"……"
"그러면 처음부터 이 여자와는 혼인할 생각을 아니 두고 사랑을 시작하셨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혼인할 생각을 가지고 사랑하였소"?
"네."
"그러면 어째서 그 사랑이 변하였소"?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변하였소"?
"……"
"그 여자와 혼인해서는 아니 될 무슨 사정이 생겼나요"?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어째서 그동안 거진 반년이 가깝도록 그 여자에게는 혼인한다는 신념을 주어 놓고, 그 여자의 집에서는 혼인 준비까지 하고 있는 이 때에 돌연히 그 여자와 교제를 끊는다고 하시오"?
"기실은 부모가 반대를 하십니다."
하고 이 박사는 고개를 숙인다.
"부모께서"?
"네."
"부모께서 무에라고 반대를 하시는가요"?
"이 혼인이 합당하지 아니하다고요."
"무슨 이유로"?
"그것까지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 박사는 부모의 반대를 예상하지 아니하고, 심순례와의 혼인을 목적하고 심순례라는 여자를 사랑하였는데, 불의에 부모께서 반대를 하시니까 못한단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자식된 도리에, 십여 년이나 못 뫼시던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여서까지 제가 사랑하는 여자와 혼인을 할 수야 있습니까"?
하고 이 박사는 가장 엄숙한 태도를 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