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자는 내밀었던 손을 다시 거두어 적삼 단추를 끄르고, 그 속주머니에서 쇠사슬을 맨 지갑을 꺼내어서, 달빛에 비치인 여러 가지 서류를 뒤져 인찰지에 쓰고, 수입인지 붙인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달빛에 읽어 보고,

 

"자,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 대단히 분명하신데, 헤헤."

 

하고 누구를 줄까 하고 갑진과 숭을 둘러보다가 돈을 쥐고 있는 갑진에게 내어주었다.

 

배에서 내릴 때에는 아침볕이 하관의 시가에 찼다. 또 형사의 조사가 있었다. 그때에는 숭과 갑진을 따른 어린 계집애에게 대한 조사가 더 까다로왔다. 갑진은 어젯밤 배에서 삼백 원을 주고 샀다는 말을 웃음 섞어 말하고 그 표까지 내어보였다. 형사도 웃고 감복한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래 이 여자를 어찌 하시려우"?

 

하고 형사는 직업 의식을 버린 듯이 은근하게 물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소이다."

 

하고 갑진은 숭을 건너다보며,

 

"이 사람이 이백 원을 내고 내가 백 원을 내어서 샀는데, 이 계집애를 어떻게 분배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법률깨나 배우고 지금 사법관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이지마는, 아직 실제 경험이 없으니 어디 당신이 판결을 내려주시구려."

 

하고 시치미 떼고 말하는 바람에, 형사 두 사람은 픽 웃고 다른 데로 가고 말았다.

 

"이 사람, 웬 수다야"?

 

하고 숭이 갑진의 팔을 끌었다. 형사들은 웃으며 두 사람을 힐끗힐끗 돌아보았다. 형사들 생각에 갑진과 숭과 계집애와 셋이 걸어가는 꼴이 우스웠던 것이었다.

 

"얘."

 

하고 갑진은 가방을 벤치 위에 놓으며 숭더러,

 

"이놈아, 돈을 다 없앴으니 동경 가서 무얼 먹고 사니? 이 색시를 잡아먹고 살 수도 없고."

 

하고 정말 걱정이 되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자네, 아직도 백 원은 있지"?

 

하고 숭도 미상불 걱정이 되었다.

 

"백 원은 있지마는 백 원을 가지고 둘이-둘이라니 이 색시도 먹고야 살지. 얘, 이거 뭣이고 큰일났다."

 

하고 갑진은 머리를 득득 긁더니,

 

"아무려나 통쾌하기는 했다."

 

하고 숭의 어깨를 두들기며,

 

"글쎄, 이 시골뜨기놈의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통쾌한 생각이 났어? 나도 얘, 모두 이백 원밖에 없는 돈에서 백 원 타내 꺼내려니까 손이 떨리더라. 뽐내기는 했지만두, 한번 뽐낸 값이 일금 삼백 원이라면 좀 비싼데, 하하하하."

 

하고 갑진은 유쾌하게 웃는다.

 

"헌데 이 색시를 동경으로 데리고 갈 수야 있나"?

 

하고 숭은 그 여자더러,

 

"집으로 가오, 표 사줄께."

 

하고 물었다.

 

"싫어요. 집에 가면 아버지가 또 팔아먹을걸요."

 

하고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가 의붓아버지야"?

 

하고 갑진이가 물었다.

 

"아니야요, 친아버지입니다."

 

하고 여자는 낯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아, 친애비가 제 자식을 팔아먹는담."

 

하고 갑진은 눈을 부릅떴다.

 

"울아버지만 그런가요. 우리 동네에서 딸 안 팔아먹은 사람이 몇이나 돼요? 빚에 몰리면 다 팔아먹는답니다. 장사 밑천 하려고도 팔고, 먹을 거 없어져도 팔고, 빚에 몰려서도 팔고…"

 

"제 몸뚱일 팔지, 그래 백지 제 자식을 판담, 에익!"

 

하고 갑진은 더욱 분개하며,

 

"그러니까 시골놈들은 무지하단 말야. 안 그런가"?

 

하고 발을 탕탕 구르며, 성냥을 픽 그어서 담배를 피워 문다.

 

"자식을 팔아먹는 아비의 맘은 어떠하겠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나를 생각해 보게."

 

하고 숭은 추연해진다. 숭의 눈앞에 눈에 익은 농촌의 참담한 모양이 나뜬다. 할수없이 숭과 갑진은 그 여자(이름은 옥순이었다)를 데리고 차를 탔다. 도무지 어울리지 아니하는 일행이었다.

 

그러나 도시락을 사도 셋을 사고, 과일을 사도 세 개를 사지 아니하면 아니 되었다. 옥순은 얌전한 계집애였다. 아무쪼록 적게 먹고 잠도 적게 자고 두 사람에게 매양 미안한 빛을 보였다.

 

그것이 가련하여 옥순이 듣는 곳에서는 두 사람은 돈 걱정은 아니하였다. 그래도 속으로는 여비가 걱정이 되었다. 무어라고 무슨 체면에 윤 참판에게 돈을 더 청하나. 그러지 아니하여도 본래 넉넉하게 준 돈을 무엇에다가 다 써버리고 무슨 염치에 돈을 더 달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