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작자는 마침내 바람에 펄렁거리는 여자의 치맛자락을 보았다. 그리고는 붉은 헝겊을 본 소 모양으로 길을 막아 선 숭을 떠밀치고 여자의 곁으로 달려들어 여자의 팔을 꽉 붙들었다.
"이년이 왜 여기 나와 섰어"?
하고 불량한 눈으로 갑진과 숭을 둘러보며 일본말로,
"웬 사람들인데 남의 계집애를 후려내어, 고얀놈들 같으니."
하고 여자를 끌고 가려 하였다.
여자는 안 끌리려고 난간을 꼭 붙들었다. 여자의 모시 적삼 소매가 끊어져서 토실토실한 팔이 나왔다.
여자는 소리를 내어서 울며,
"살려 주세요, 네."
하고 갑진과 숭을 애원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건 웬 놈이야."
하고 갑진은 그 작자를 때릴 듯이 주먹을 겨누었다. 그러나 분이 난-갑진이가 그 여자를 꾀내는 줄만 안 그 작자는 다짜고짜로 갑진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는 동안에 옷소매를 찢긴 여자는 숭의 곁으로 와서 숭의 등에 낯을 비비며 울었다. 숭은,
"여보!"
하고 그 작자의 멱살을 잡아 홱 끌어 내었다.
그 작자는 숭의 주먹에 끌려 비틀거리며 갑진에게서 물러났다.
숭은 그 작자의 목덜미를 꽉 내려 누른 채로,
"왜 말로 못하고 사람을 때린단 말요? 세상에 당신헌테 얻어 맞고 가만 있을 사람 있는 줄 알았소? 우리가 이 여자를 꾀여냈다고 하니 누가 꾀여 냈단 말요. 이 여자가 서러운 사정을 하니까 우리가 듣고 있었을 뿐요."
하고 타이를 때에 갑진은 분을 못 이겨,
"이놈은, 이것은 웬 도둑놈야. 남의 집 딸을 도적하여다가 숫제 갈보로 팔아먹으려 들어. 이놈! 너는 좀 콩밥 먹지 못할 줄 알았니"?
하고 들이대어도, 그 작자는 암 말도 못하고 눈만 껌벅거렸다.
"여보."
하고 숭은 그 작자의 목덜미를 놓아 주며,
"이 여자가 당신을 따라가기를 싫어해. 또 법률로 말하더라도 제 뜻에 없는 것을 창기 노릇은 못 시키는 법이오. 허니까, 이 여자를 제 집으로 돌려 보내시오. 우리가 이 일을 안 이상엔 하관에 가서라도, 동경까지 가서라도 가만 있지는 아니할 것이니까. 어서 이 여자를 돌려 보내시오."
하였다.
"나도 돈 주고 샀소. 돈 주고 산 것을 어느 법률이 내놓란단 말요"?
하고 그 작자는 숭에게 꼭 달라붙은 여자의 손목을 잡아 끌며,
"가자, 들어가!"
하고 되살았다.
"여보."
하고 숭은 그 작자의 팔을 꽉 붙들며,
"당신이 이백 원에 이 여자를 샀다지? 옜소, 이백 원 줄테니 이 여자를 돌려보내시오."
하고 숭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주었다. 이백 원은 숭이가 가진 돈의 전부였다.
그 작자는 깜짝 놀라는 빛을 띠우더니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하, 당신 이 여자가 퍽 맘에 드시는 모양입니다그려. 그렇지마는 본값에 파는 장사가 어디 있어요? 하나만 더 내시오."
하고 왼손 식지를 내밀었다.
"삼백 원"?
하고 숭은 물었다.
"계집애 이만하면 삼백 원도 싸지요. 열 여섯 살이야요, 다 길렀지요."
하고 아주 흥정하는 상인의 어조였다.
그러나 숭에게는 백 원은 없었다. 숭은 갑진을 바라보았다. 갑진은 픽픽 웃더니,
"옜다, 이 더러운 놈아, 백 원 더 받아라."
하고 십원 지폐 열 장을 세어 주려다가,
"가만 있어라, 이 여자를 사올 때에 무슨 증서가 있겠지. 그 걸 받아야지."
하고 돈 든 손을 옴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