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던가?”
“분명히 그래. '고향 부노(父老)들은 삼성(三省)하라'는 제목으로 아마 서너 페이지 넉넉히 돼.”
“응, 나두 생각나군. (다른 청년이 끼어들었다). 조리 정연하게 명문하던걸.”
“그럼, 선각자구 말구. 여자 층의 지도자지. 또 친목회 하자면 또 있읍니다. 송안나 씨라구, 글 쓴 건 못 봤지만 아주 웅변가구 활발하지. 또 있읍니다. ×××씨, - 씨… 대여섯 분은 넉넉히 될걸요. 우선 그 몇 분만으로 조직하구 차차 더 입회시키면 여남은 남게 되리라. 그만 했으면 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세요. 미스 연이 주창하셔서 여류문사 친목회를 조직하세요.”
연실이는 솔깃하게 들었다. 첫 순간은 최명애 등등에게 작품이 없이 어찌 문사라고 하려누 생각도 했으나, 그렇게 따지자면 자기도 이렇다 할 작품이 없기는 일반이었다. 자기에게 작품이 없은 것은 그런 시간이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 결코 문사가 아닌 때문은 아니다. 언제든 찬스만 있으면 작품은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 연실이는 이렇게 알고 있다.
따라서 명애며 그밖 지금 말썽된 사람들도 기위 연애를 이해하고 연애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환경과 새로운 지식 가운데서 사는 사람들이니, 문사의 회원 될 자격은 넉넉하리라. 좀 꺼리는 바는 최명애를 만나기가 열적은 점과, 그보다도 명애를 만나려면 또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유봉이를 대하기가 면증한 점이었다.
“미스 연, 꼭 조직하세요.”
“글쎄요. 누구가 조직하면 난 회원이나 되지요.”
“그게 될 말씀입니까? 가장 화형이 되실 분이 뒤에 숨어서야 됩니까? 꼭 선두에 나서야 합니다.”
“글쎄올시다.”
이만치 하여두었다.
그러나 그 밤은 연실이는 많은 공상 때문에 얼른 잠이 못들었다. 연실이에게는 쉽잖은 경험이었다. 한창 처녀시절에도 그다지 공상의 세계를 모르고 지낸 그였었지만 이 저녁은 공상이 일어났다. 생활 환경 때문에 한동안 문학계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그 길로 돌아가렴에 임해서, 자기의 전도에 다시금 비치는 찬연한 광휘에 현혹되어 잠이 잘 못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여류문사의 친목회가 조직되고 제일회 회장으로는 송안나가 뽑혔다. 멤버는 전부가 과거의 동경 유학생이고, 법률이 보호하는 남편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환경이 지극히 자유로운 사람들로서 나이는 스물 다섯을 전후하였다.
회의 집합 일자며 장소도 특별히 없고, 몇 사람이 우연히 모이면 서로 찾아가서 모이게 되고, 모이면 남자 문사들을 찾아가지고 산보를 간다든가 식사를 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 회의 행사였고, 이 회원의 단 한 가지의 특징은 서로 의논해가면서 빛깔 같은 옷을 입는 것뿐이었다.
이 회 첫 회합에서 오래간만에 명애를 만난 연실이는 열적은 것을 참고,
“김 선생님(유봉)도 안녕하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여기 대하여 명애는,
“너 몹시 보고 싶어하더라.”
하고는 픽 웃어버렸다. 그리고 이것으로써 이 두 여인의 사이에 막혔던 막은 단숨에 없어져버렸다. 둘의 교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김연실전 - 21-2. 여류문사의 친목회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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