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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수십 년 전 연실이에게 일어를 가르치던 측량쟁이, 열 다섯 살 나는 소녀 연실이에게 처음 '이성'을 알게 한 사나이 - 그 인물의 십 수 년 후의 모양이었다.
연실이는 미소하였다. 노엽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았다. 웬일인지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 뿐이었다.
“두마라나이 모노떼수 응아 또우조(변변찮습니다만, 좀 드십시오).”
그때 그가 가르치던 괴상야릇한 발음을 입 속으로 한번 외워보고, 작은 소리까지 내어서 웃었다.
이튿날 다시 복덕방을 찾아갔다. 기회 보아,
“나 몰라보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왜 몰라, 김연실이지.”
그는 태연히 대답하였다.
“언제 알아보았수?”
“어제 진작 알아봤지.”
“그럼 왜 모른 체하셨어요.”
“아는 체하면 뭘 하오?”
딴은 그렇다.
“그래 벌이는 어떠세요?”
“그저 굶지나 않지.”
“댁은 어디세요?”
“홀아비도 집이 있나?”
“가엾어라!”
“임자는 왜 혼자서 집을 얻소? 소박 맞았나요?”
“과부두 소박 맞나요?”
“과부라? 시집은 언제 갔었나요?”
“아이, 참 처녀…”
“처녀라? 삼십 처녀… 가엾어라!”
그날도 그만치 해두고 집은 얻는다 안 얻는다 말없이 또 갈리었다.
또 그 이튿날 연실이는 또 갔다. 그날 이런 말이 있었다.
“과부 홀아비 한 쌍이로구먼…”
“그렇구료!”
“아주 한 쌍 되면 어떨까?”
“것두 무방하지요.”
이리하여 여기서는 한쌍의 원앙이가 생겨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