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추 고추 맵다더니 시집살이 더 맵구나. 언니, 시집살이 재미가 어떻수?”

연실이가 서울로 와서 찾아든 곳은 명애의 집이었다. 명애는 고창범이와 결혼을 하고 이 도회 서부 어떤 고지대(高地帶)에 한양(韓洋) 절충식의 문화주택을 짓고 살고 있었다.

명애의 집에 들어 짐을 대강 정리한 뒤에 연실이는 이렇게 물었다.

“야, 미나리 고쳐야겠더라. 청밀사탕 달다더니 시집살이 더 달더라구.”

“그렇게 재미나우?”

“그럼! 밤에는 서방 있겠다, 아침엔 귀찮은 서방은 학교에 가구, 나 혼자 편히 할 노릇 다 하겠다, 오후에는 - 야, 오후엔 우리 집 살롱엔 별별 청년들이 다 모여든다.”

“무슨 청년들이우?”

“너 좋아하는 문학 청년들.”

“고 선생…”

“아서라! 네 입에서 웬 갑작스러운 고 선생이야? 고상이지.”

“고상은 너무하니 아재라 해둡시다. 아재 찾아오우?”

“아재는, 나 찾아오지.”

명애에게서 들은 바에 의지하건대, 조선의 새 문학도는 대개 두 파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시작>이라는 잡지를 무대로 활약하는 파로, 이를 '시작파'라 한다. 나머지 하나는 <퇴폐>라는 잡지를 무대로 활약하는 파로 이를 '퇴폐파'라 한다.

그런데 시작파와 퇴폐파를 손쉽게 구별하자면, 말하자면 기생네집 놀러간다 할지라도 시작파들은 기생방 아랫목에 누워서 기생을 호령하여 술을 부르고 음식을 부르는데 반하여, 퇴폐파는 꽃다발을 받들고 기생집을 찾아가서 무릎 꿇고 이것을 바치는 사람들이라 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퇴폐파는 그 명칭과 같이 불란서 시인식의 퇴폐적 기분이 꽤 농후하였다.

명애의 살롱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퇴폐파거나 혹은 그들의 친구들이었다.

“와서는 무엇을 하우?”

“입에 거품을 물고 문학이 어떠니 인생이 어떠니 떠들지.”

“그럼 언니는 어떻게 허우?”

명애는 미소하였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놓구 말이지, 어디 무슨 소린질 알겠더냐? 그래서 그저 웃고 보고 듣고 있지.”

“오늘두 오우?”

“그럼! 나 없어두 저희들끼리 들어와서 한참씩 덤비다가 가니까…”

“나 좀 참가 못할가?”

“왜 못해. 네가 참가하면 모두들 아아 우리의 새 여왕이시여 하면서 손으로 키쓰를 보내리라.”

“이름은 누구 누구유?”

명애는 그들의 이름을 대강 꼽았다. 듣고 보니 신문이나 잡지에서 때때로 듣던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연실이는 매우 흡족하였다. 조선 신문단에서 활약하는 사람의 대부분을 손쉽게 사귈 기회를 얻었다.

이 년간을 동경과 서울 - 이렇게 만 리를 상격하여 있다가 만난 터이라, 서로 바꾸는 뉴스는 끝이 없었다. 그 가운데서 연실이가 가장 통쾌하게 들은 것은 송안나에 관한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