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명애에게서 '성'에 대한 여러가지의 지식을 알았다. 하늘은 종족의 단멸(斷滅)을 막기 위해서 성교에 특수한 쾌감을 주어, 이 쾌감 때문에 종족이 끊기지 않고 그냥 계속된다는 이야기며,

과부가 수절을 못하는 것은 이 쾌감을 잊을 수 없어서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 등을 듣고, 그로 미루어보자면 그것은 상식으로 판단키 힘들 만치 유쾌로운 일인데, 아직 그것도 모르는 자기는 적지 않게 부족된 사람인 듯싶고, 이 때문에 마음도 적지 않게 무거웠다.

명애는 연실이에게 대해서 장차 그 남학생(잡지에서 욕한)을 찾아가는 경우에 그와 대응할 책략을 여러가지로 가르쳤다.

결코 이렇다 저렇다 싸우지 말라 하였다.

“이건 왜 이러세요?”

이 한 마디만으로 웃기만 하라 하였다. 손님이 왔으니 과일이라도 사오라고 명령하라 하였다. 그리고 당신과 같은 장차 조선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 왜 그리 사상이 낡으냐고, 산보를 청하고 활동사진 구경을 동반하고 - 그리고 마지막에는 네 하숙으로 끌고 들어가라 하였다.

그로부터 수일 후, 연실이는 명애의 지휘가 너무도 정확히 들어맞으므로 도리어 놀랐다. 연실이가 찾아왔다는 하숙 하녀의 보고를 들을 때에, 그렇게도 울그럭불그럭하였고 서로 대좌하여서도 눈을 퉁방울같이 굴리던 그 남학생이,

“이건복왜 이러세요?”

의 한 마디에 멋적은 듯이 좀 누그러지고 그 다음에,

“과일이나 부르세요.”

할 때에 하녀를 불러서 과일을 사왔고, 그 다음에는,

“하나 드십시오.”

라는 권고가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산보를 청할 때는 얼굴에 희색이 나타났고, 활동사진을 구경한 뒤에 집에까지 바래다달라니까 분명히 흥분까지 되었고, 잠깐 들어오기를 청할 때에 열적은 듯이 따라 들어왔고, 시간이 늦어서 마지막 전차까지 끊어지매 도리어 저쪽에서 기괴한 뜻을 암시하였고….

이리하여 연실이는 또 한 사내의 애인을 두게 되었다.

새 애인의 이름은 맹호덕(孟浩德)이었다.

연실이가 새 애인을 둔 뒤에 이전보다 기쁨을 느낀 것은, 맹은 이전의 이창수와 같이 소극적이 아니었다.

역시 ××회의 회집이 있을 때마다 단상에 올라서서 조선 청년의 갈 길을 부르짖고 학생계의 나약과 타락을 통탄하고 '우리'의 중대한 임무를 사자후(獅子吼)하곤 하였지만, 그러한 적극성이 있느니 만치 연실이에게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따라다니고 불러내고 호령하고 명령하곤 하였다.

연실이의 마음은 차차 맹에게로 기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진정한 연애로다.”

연실이는 이것으로서 비로소 자기는 진정한 연애를 하는 사람으로 믿었다. 그리고 이제는 온갖 점이 다 구비된 완전한 조선 여성계의 선구자라 하는 신념을 더욱 굳게 하였다.

‘갈 길을 몰라서 헤매는 일 천만의 조선 여성에게 광명을 보여주기로 단단히 결심하였습니다.’

과거 진명학교 시대의 동무에게 자랑삼아 한 편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