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크리스마스 방학이었다.

연실이는 오래간만에 최명애를 찾아가 보았다. 처음 동경 올 때는 까아만 선배(先輩)로 동경을 그에게 배우려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기는 열 여덟(눈앞에 아홉을 바라본다)이요 그는 스물 하나로, 옛날 진명학교 시대와 마찬가지인 한낱 동무였다. 그 위에 ‘그도 연애를 하는가?’하는 의심점이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자기보다도 약간 세상 철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자긍심까지도 품고 있는 연실이었다.

“언니!”

여전히 부르기는 이렇게 불렀으나, 이제는 선배 후배가 아니요, 단지 나이가 약간 더 먹은 동무일 따름이었다.

거의 연애라는 것을 '문명한 인종이 반드시 밟아야 할 과정'쯤으로 믿고 있는 연실이는, 그날 서로 시시덕거리며 잡담을 하다가 이런 말을 하였다.

“언니, 참 옛날 여인들은 어떻게 살았겠수?”

“왜?”

“연애 한 번두 못해보구…”

명애는 여기서 한번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저리더냐? 재리더냐?”

“아찔아찔합디다.”

“그것만?”

“오금이 녹아옵디다.”

“엑기 망할 기집애! 한데 너 뒤집어씌웠다구 소문이 자자하더구나?”

뒤집어씌워? 남녀 학생간에 소문은 높았던 바지만, 연실이의 귀에까지는 아직 오지 않았던 바라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우?”

“듣기 싫다!”

“참말… 그게 무슨 말이우?”

명애는 의아히 잠깐 연실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 뒤에 설명하였다.

“아 네가 능동적이란 말이지. 네가 사내를 ×단 말이지.”

“언니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