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거기 대하여 항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글로?

말로?

항의문을 그 잡지사에 써보내서 자기를 욕한 필자의 무식을 응징하나, 혹은 그 사람을 찾아가서 도도한 웅변으로 그의 구식 두뇌를 깨쳐주나?

자리에 들어서도 그 생각을 하고 또 하고 한 끝에, 연애라 하는 일에 퍽 이해를 가진 최명애를 찾아서 그와 의논하여 어떻게든 결정하리라 하였다.

이튿날 이른 새벽에 연실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반도 먹지 않고 하숙집에서 나왔다. 최명애를 찾기 위해서였다.

최명애의 하숙(영업적 하숙이 아니라 사숙이었다)에 들어서서 주인 마누라에게 '오하요'를 부른 다음에, 연실이는 서슴지 않고 명애의 방으로 갔다. 당황히 따라오는 주인 마누라의 눈치도 못 보고….

장짓문을 쭉 밀어 열었다.

…?

연실이는 도로 장짓문을 닫아버렸다. 명애 혼자인 줄 알았던 방에 명애는 웬 남학생과 함께 자고 있다가, 이 침입자 때문에 번쩍 눈을 뜨는 것이었다.

“누구?”

방안에서는 명애가 침입자의 정체를 캐면서 일변으로는,

“긴상, 인젠 일어나요, 누구 왔어요.”

하며 연애의 대상자를 흔드는 모양이었다.

연실이는 멍하였다. 자기의 취할 거취를 몰랐다. 돌아가자니 싱거웠다. 들어가자니 어려웠다. 이미 이런 일은 처음 당하는 일이 아닌 연실이라, 부끄럼이라든가 거기 유사한 감정은 느끼지 않았지만, 일전에도 '신성한 연애'를 운운하던 명애의 자리에서 사내를 발견하였는지라 잠시 뚱하였다.

“누구야?”

“나!”

드디어 대답하였다.

“연실이로구나! 긴상, 어서 일어나요. 연실이 조금만 있다가 들어와.”

그런 뒤에는 안에서는 일어나서 옷을 가다듬는 듯한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기를 사오 분이나 하고 나서,

“됐어. 들어와.”

하고 청을 하였다.

연실이는 들어갔다. 내어주는 자리에 앉았다.

“새벽에 웬일이야? 응 소개해야겠군. 이 이는 대학에 다니시는 김 ××씨, 이 애는 늘 말씀드린 연실이…”

연실이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김 모라는 학생은 연방 교복 단추를 맞추면서 허리를 굽실 하였다.

“헌데 새벽에 웬일이야? 이상(이창수)네 하숙에서 오는 길이냐?”

“아냐.”

연실이는 부인하였다. 부인하며 얼핏 김 모라는 학생을 보았다. 처음은 송안나의 애인, 그 다음은 누구의 애인, 또 그 다음은 누구의 애인, 이리하여 지금은 최명애의 애인이 된 그 학생은, 그의 염복적(艶福的) 눈을 들어 연실이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김 모는 학교에 가야겠다고 조반 전에 돌아갔다. 사립여자전문학교에 다니는 두 처녀는, 오늘은 학교를 집어치기로 하고 김 모가 돌아간 뒤(세수도 안하고) 자리에 도로 들어가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