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퍽 곤하겠구나!”
미리 편지도 하였고 하관(연실이는 하관<下關>을 곧 동경으로 알았다)서 전보도 쳐서 알리었던 최명애가 '심바시(新橋)' 정거장까지 나와서 연실이를 맞아주었다.
연실이는 단지 싱그레 웃었다. 사실 아무런 감상도 없었다. 올 데까지 왔다 하는 생각만이었다. 공상 혹은 상상이라는 세계를 가져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자란 연실이는, 현실에 직면하여서야 비로소 현실을 인식하는 사람이지, 미리 어떨까 하고 생각하여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동경도 단지 가정에 있기가 싫어서 온 것이지, 무슨 큰 희망이 있어서 온 바가 아니다. 따라서 동경이 어떤 곳인가 하는 호기심도 없이 덜컥 온 것이었다.
최명애의 인도로 우선 명애의 하숙하고 있는 집에 들었다. 그리고 동경 도착한 지 수일간은 최명애의 앞잡이로 동경구경도 하며 일변 화복(和服)도 지으며 장래 방침 토론도 하며 - 이렇게 보냈다.
그 결과로서 연실이는 금년 겨울은 어학을 더 준비해 가지고 명년 새 학기에 어느 여학교에 입학을 하기로 대략 결정하였다. 어학을 연습하기에는 마침 명애의 들어 있는 하숙이 예전 사족(士族) 집 과부 노파 단 혼자의 집이라 주인 노파를 상대로 연습하기로 하였다.
이해 겨울 연실이는 신체상에 여인으로서의 중대 변화기를 맞았다. 금년 봄부터 철모르고 사내를 보기는 하였지만, 아직 소녀를 면치 못하였던 연실이는 이 겨울에야 비로소 여인으로서만이 보는 한 달에 한번씩의 변화를 보았다.
이 육체상의 변화·발달은 육체상으로뿐 아니라 정신상으로도 연실이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주었다. 막연한 공포감, 그리움, 애처로움, 꿈 등등, 그가 아직 소녀 시기에 느껴보지 못한 이상야릇한 감정 때문에, 복습하던 책도 내어 던지고 눈이 멍하니 한 시간 두 시간씩을 보내는 일도 간간 있게 되었다.
아직껏 그의 마음에 일어보지 못한 부모며 동생에게 대한 그리움도 생전 처음으로 그의 마음에 일었다. 선배(先輩) 동무인 명애에게 집에서 연락부절로 이르는 가족 사진이며 편지 등등이 부러워서, 명애가 학교에 간 틈에 그의 편지를 몰래 꺼내보고, 나도 이렇게 편지를 한번 받아보았으면 하고 탄식도 하여보았다.
오랫동안 불순한 가정에서 길러났기 때문에, 한편으로 쫓겨나가 있던 그의 처녀로서의 감정은, 처녀 전환기의 연실이에게 비로소 이르렀다.
이듬해 봄, 그가 명애의 다니는 학교에 입학을 한 때는 그의 비틀어진 성격도 적지 않게 교정이 된 때였다.
입학하면서 그는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김연실전 - 6. 처녀로서의 감정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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