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의 엠나이, 말 대답질?”
“물어보는 거 대답 안할까?”
흥 한번 코웃음치고 연실이는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연실이의 꼬리는 어머니에게 붙잡혔다. 동시에 주먹이 한번 그의 머리 위에 내렸다.
눈에서 푸른 불길이 이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면서 연실이는 홱 돌아서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눈물 한 방울 안 괴었다. 단지 서리가 돋힐 듯 매서운 눈이었다.
“요년, 그래 터다보문 어떡할 테가?”
“죽이소 죽에요! 여러 번에 맞아죽느니 오늘루 죽이라우요!”
“못 죽이랴!” "때려라!"
또 내리는 주먹 아래서 연실이는 어머니의 치마를 잡고 늘어졌다. 주먹, 발질, 수없이 그의 몸에 내리는 것을 감각하였지만, 악에 받친 그는 죽에라 죽에라 소리만 연방 하며 치마자락에서 떨어지지 않기만 위주하였다.
한참을 두들겨 맞았다. 매섭게 독이 오른 이 계집애는 사실 생사를 가릴 수 없도록 광란 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 어머니가 먼저 무서움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놓아라!”
치마자락을 놓으라는 뜻이었다. 뿌리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실이는 더 매섭게 매달렸다.
“죽에라! 죽기 전엔 못 놓겠구나!”
“놓아라!”
“내가 도적질을 했나 화냥질을 했나? 무슨 죄루 매맞아 죽노!”
에누다리를 하면서, 치마에 늘어져서 몸부림치기를 한참을 한 뒤에야, 연실이는 치마자락을 놓아주었다.
“독하구 매서운 년두 있다.”
딸의 악에 얼혼이 난 어머니는 치마를 놓으면서 저쪽으로 피하여버렸다.
연실이도 일어났다. 대성통곡을 하면서 자기의 집을 나왔다.
그러나 길 모퉁이를 돌아서서 통곡소리가 집에 안 들리게쯤 되어서는 울음을 뚝 끊어버렸다. 그런 뒤에는 저고리고름을 들어서 눈물을 닦고, 얼굴에 얼룩진 것을 짐작으로 지우고, 지금껏 울던 태를 깨끗이 씻어버리고 총총걸음으로 그곳서 발을 떼었다. 향하는 곳은 연실이의 아버지가 첩 살림을 하고 있는 집이었다.
연실이는 그 집까지 이르러서 대문 밖에서도 찾지 않고 방문 밖에서도 찾지 않고, 큰방으로 덥썩 들어갔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므로, 집에 있는 줄은 문 밖에서부터 알았다.
말없이 웃목에 도사리고 앉는 딸을 김 영찰은 첩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가 머리만 좀 들며 바라보았다.
“너 뭘 하러 왔니?”
여전히 뚝 하고 뭉퉁한 소리였다.
“아이구, 너 어떻게 오니?”
그래도 첩은 다정한 티를 보이며 절반 만치 몸을 일으켜 김 영찰에게는 퇴침을 밀어주었다.
드디어 폭발되었다. 연실이는 왕 하니 울기 시작하였다. 아까는 악에 받친 울음이었거니와 이번은 진정한 설움이었다.
“울기는 왜 울어?”
“쫓겨났어요.”
울음 가운데서 연실이는 거짓말을 하였다.
“쫓겨나긴? 민한 소리 말구 어서 집에 가기나 해라.”
그러나 연실이는 울음을 멈추지도 않고 더 서러운 소리를 높였다.
김연실전 - 2-2. 독하구 매서운 년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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