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지 청춘은 즐거워

 

피었다가 시들으면 다시 못 올 내 청춘

 

마시고 또 마시어 취하고 또 취해서

 

이 밤이 새기 전에 춤을 춥시다.

 

부기 부기 키타 부기 부기 부기 부기 키타 부우기

 

여인들은 마치 이 기차의 굼벵이처럼 느린 속도와 환기조차 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폐쇄된 억압적 분위기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보기 거북할 정도로 마구 팔다리를 휘둘러댔고 악을 바락바락 질러댔다. 째지는 듯한 여인들의 아우성과 손뼉 치는 소리는 금방 객차 안을 완전히 압도해버리고 말았다.

 

어떤 승객은 지루한 여행중에 드디어 구경거리가 났다고 침을 삼키며 그쪽에 주목했고, 어떤 승객은 귀청이 터지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며 역정을 냈다. 그러나 그따위 반응이 그녀들의 안중에 있을 턱이 없었다.

 

조용히 합시다. 떠들더라도 좀 조용히 떠들자구요.

 

이때 근처의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승객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양 자못 점잖게 목청을 돋구어 말했다. 그러자 여인들 가운데서,

 

뭐야, 떠드는데도 조용히 떠들고 자시고가 있나.

 

하고 발칵 대드는 소리가 들렸고, 연달은 다른 여자가 상대방 사내를 조롱하는 말투로,

 

이봐요, 난 척하려거든 말이나 똑바루 하라구요.

 

하고 빈정거렸고, 여인들은 그걸 기화로 또 한바탕 손뼉을 치면서 깔깔거렸다. 멋모르고 나섰다가 여자들에게 코를 물린 사내는 사나이의 체통으로 보아 도무지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던지 다소 기가 죽은 목소리로 간신히,

 

그럼 어떻게 떠들어도 좋다 이말입니까?

 

하고 대들었지만 여인들은 이미 그를 상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눈에 뵈지 않는 그 무엇에 반발하듯 한층 자유스럽게 한창 기승을 부리며 자기네들이 마흔은 족히 넘은 여염집 아낙들이라는 사실마저 한층 뿌리쳐버리겠다는 아주 대담한 자세로 그녀들의 가무를 다시 펼쳐가고 있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만화방창 젊은 날에

 

아니 놀지를 못하리이라아 차차차

 

그녀들은 자기들이 청춘이건 말건 또는 이곳이 놀이터건 지옥이건 그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이 오직 만사를 제쳐놓고 정말 아니 놀지 못할이만큼 순식간에 도취해버리고 있었다.

 

사태가 이쯤되자, 승객들은 괜히 남의 장단에 발맞출 것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슬슬 그쪽에서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죠?

 

환오가 묻자, 작업복 청년은 소음 때문에 미처 듣지 못했는지 놀란 눈으로 반문했다.

 

지금 어디쯤 가는 거냐고 물었죠.

 

글쎄요. 나도 넋없이 앉았다보니까 잘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