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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작가가 이 작품에서 그려 보여주는 상황은 명백하게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걸친 '대한민국 호'의 모습이다. 비좁아터진 객실에서 바늘끝만한 여유공간이라도 찾아 몸을 던져야 하는 조건에서 인간적인 예의나 염치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이 공간에서 삶의 조건의 우열은 실력이나 공정함이 아니라 누가 좀더 약삭빠르게 행동하고 뻔뻔해질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힘들게 인내해가며 달리는 기차에서 자신이 내려야 할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실치 않고, 그곳에 설혹 도착한다 해도 기차 안에서와 본질적으로 다른 삶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인지 아무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나 인물 및 상황의 설정은 명백하게 상징성을 가지지만, 이 작품이 묘사하는 기차 안 인간군상의 모습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 서민들의 아름답지 못한 삶의 단면을 리얼하게 그려낸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 작품이 그려내는 현실은 추악하지만 진실한 묘사가 갖는 힘이 그 추악함을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