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열씨는 3호의 데빡이 자기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데 우선 놀랐다.
흐흐히 놀랐죠?
이때 고개를 든 순열씨의 곁으로 중사의 얼굴이 바싹 다가왔다.
그 녀석은 나와 절친해요. 이 중사로 말할 것 같으면 사령부 교도소의 최고 고참이죠. 내가 이놈에게 지난번 메시지를 통해 선생의 형량이 어떻게 되겠나 물었죠. 이놈의 구형은 거의 하루도 틀리지 않으니까요. 그건 그렇구 의리니 만수무강이니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요점은 강아지 좀 달라 이거요. 흐흐 씨팔 놈들. 여기서는 의리 찾다가 굶어뒈지기 딱 알맞죠. 하여튼.
하고 중사는 정철훈 하사를 바라보았다.
강아지 한 마리와 대가리 한 개 꺼내 보내시겠어요?
할 수 없지. 우리도 아쉴 때 얻어 피웠으니까.
그는 정 하사가 마련해준 종이와 볼펜을 가지고 엎드려서 3호에게 보낼 회신을 쓰기 시작했다. 정 하사는 철창 쪽에 등을 보이고 돌아앉아 바른쪽 발목의 목이 긴 군용 양말을 까내리고 있었다. 긴 양말을 신고 있는 그의 바른쪽 다리의 발목은 2호의 강아지와 대가리 조달창인 것이다.
이때 물론 철창 근처에서는 참새잡이와 전령이 철창 바깥 복도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 당신은 이탈 죄에다 항명죄까지 겹친다구 했죠?
쓰다 말고 중사가 물었다. 순열씨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때만은 중사의 호의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는 중사가 자기가 받을 형량에 대해 열심히 물어주고 그리고 비록 벽 하나 사이로 지척에 있지만 아직 자기와는 일면식도 없는 3호의 데빡까지 거기에 관심을 표시해왔지만 막상 그 자신은 이상하게도 자기의 형량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 형량이 결코 짧지 않으리라는 정도는 예측이 되었지만 그것이 짧든 길든 지금으로서는 그냥 미궁에 덮어두고 싶었다. 그러므로 그는 중사나 3호의 데빡이 자기의 형량에 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자주 표면에 드러내는 일이 그닥 달갑지 않았다.
이탈 기간이 정확히 얼마입니까?
이때 중사가 다시 물어왔으므로 그는 내뱉듯이 대답했다.
만 칠년이요.
중사는 순열씨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메시지를 열심히 써내려갔다. 서신용의 용지가 귀하기 때문에 겨우 손바닥만한 종이에 작은 글씨를 빽빽이 채우느라고 그는 펜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3호에게-
신종술 중사님.
보내주신 글월 잘 받았음. 국방부 고등군재 소식은 본인이 가장 고대하던 소식이었음. 기다리자니 미치겠습니다. 신형, 정말 이십 일만 있으면 나가게 될 텐데 이렇게 미칠 것 같군요. 이십일에 공판이 열린다는 것은 누구의 말인지, 감실에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배 하사에게 다시 물어서 회신 바람.
신형, 이해하쇼. 말하자면 기다리다 미친놈이 된 격입니다. 불안해서, 여러 가지 불안에 시달려 미칠 지경임. 우선 이십일에 공판이 꼭 열릴 것인지 그리고 공판이 열린다 해도 그게 꼭 붙게 될 것인지. 그리고 붙는다고 해도 그 까마귀들이 나를 풀어 줄 것인지. 그리고 풀어준대도 공판 당일에 풀어주는 것인지. 아니면 장관 결재가 날 때까지 석 달 여섯 달 무작정 썩일 판인지. 이하 약함.
우리 선생님은 군무이탈 만 7년에 항명죄가 포함되어 있음. 항명 건에 관해서는 본인이 발설을 고수하므로 더 밝혀드릴 수 없음. 만약 신형이 2호에 함께 있다면 우리 선생님의 삼삼하신 구라를 함께 누릴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는 게 신형을 위해 천추의 한이라고 생각됨.
우리들의 변함없는 의리와 사나이의 우정을 위해 건배하겠음. 불란서의 코냑은 방금 바닥이 났고 아쉰 대로 캔맥주라도 터뜨리겠소. A레이션에 있던 건포도로 안주를 삼고 말요. 참 그 지아이새끼들 전쟁터에 술안주까지 가지구 다니는 놈들 나 손들었소.
신형. 다낭의 메디슨 클럽인가 맨손 클럽인가에서 실컷 마시던 밤이 생각남. 그게 마지막이었으니까. 그날로 난 찌그러진 거요. 2호에도 강아지가 바닥날 참이요.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 보내드림. 우리들의 변함없는 우정을 강아지 한 마리로 보내드리는 괴로움, 이루 말할 수 없소.
추신. 총장이 아까부터 7호와 5호에만 자꾸 따라붙이는데, 총장이 강아지 한 섬을 수입 잡았다는 정보를 방금 입수했소. 우리도 나누어 피우자고 하슈. 2호는 몰라도 3호는 외면하지 못할 게요. 사령부 호텔 최고 고참을 외면했다면 총장 그 새끼도 내 손에 작살날게요. 모레는 우리도 08을 칠 거라구 하슈. 우리도 나누어 피자구.
이창달 배상
-2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