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형님에게 무척 큰 잘못을 저질렀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도 죄를 저지른 것은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가 집에서 도망쳤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지. 너도 그걸 잘 알겠지?"

"그럼요, 잘 알고 있어요. 벌써 오래 전 일이었지요. 그렇지 않아요?"

"아마 내가 네 나이쯤 되었을 때일 거야."

"형님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지. 그건 나의 잘못이었고, 그리고 또한 죄였단다."

"형님은 집을 나갈 때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나요?"

"그렇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집을 떠나는 것을 어떤 의무처럼 생각했단다."

"그럼 그 후 어떤 일이 생긴 건가요? 그 때 형님이 옳다고 생각하던 것이 결국 틀렸다는 말인가요?"

"나는 집을 떠난 뒤에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렇다면 형님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건 그렇게 고생을 했기 때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다만 그렇게 고생을 했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좀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단다."

"그럼 집을 떠나기 전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요?"

"안 한 것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나의 이성의 힘은 약했어. 그래서 결국 욕망을 따르게 되었던 거란다."

"그렇다면 형님은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군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나는 체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형님은 새로운 존재가 되려던 노력을 포기한 셈이군요."

"실상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년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흐느끼며 울었다.

"형님! 저는 지금 형님이 집을 떠날 때와 똑같은 심정일 거예요. 말씀해주세요. 형님은 정말 집을 떠난 뒤에 실망밖에 얻지 못했단 건가요? 그렇다면 바깥 세상은 우리 집과 다르다고 제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건가요?

제가 마음속에 그리는 온갖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란 말인가요? 어서 얘기를 들려주세요. 형님이 그 동안 방황하던 길에서 도대체 무엇을 만나서 그렇게 절망을 하게 된 건가요? 형님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이었어요?"

"나는 자유를 찾아 집을 나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단다. 나는 남에게 매인 몸이 되어 남을 섬겨야 했지."

"여기서도 저는 매인 몸이나 마찬가지에요."

"그건 그렇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훨씬 악독한 주인을 섬겨야 한다. 반면 네가 여기서 섬기는 사람은 부모님들뿐이지 않으냐?"

"살아가기 위해 남을 섬긴다고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적어도 노예 생활을 선택하는 자유나마 있으니까요."

"나도 그걸 원했을 거야. 그래서 나는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지. 마치 암당나귀를 따라가는 사도 바울처럼 욕망의 뒤를 좇아 나선 것이다. 나는 어디엔가 나를 위한 왕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처구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도착한 그곳에는 오직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혹시 형님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똑바로 앞만 보고 걸어갔다."

"만일 그렇게 하셨다면 왕이 없는 영토, 주인 없는 숱한 왕국들이 형님을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요?"

"도대체 누가 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저는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분을 느낄 때도 있어요. 저는 벌써 제 왕국을 직접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도 있어요."

"넌 무척 건방지구나!"

"그건 큰형이 형님한테 한 말이죠. 그런데도 형님은 왜 내게 그런 말을 하시죠? 형님은 자존심도 다 버린 건가요? 만일 자존심이 남아 있었다면 아마 형님은 집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너를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아마 길에서 형님을 만나게 되면 형님은 제가 친동생이라는 걸 금방 알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집을 떠나는 것 역시 형님을 찾으러 나선다는 것과 마찬가지구요."

"집을 떠난다고?"

"형님은 그걸 모르고 계셨어요? 저에게 집을 뛰쳐나갈 용기를 불어 넣어주실 분은 바로 형님 아니던가요?"

"나는 네가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더러 집을 떠나라는 얘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