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는 형에게 일부러 불손한 태도로 대하려고 했다.

"형님!"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형님과 저는 전혀 비슷한 곳이 없지요…"

형이 대답했다.

"그건 모두 네 잘못 때문이지!"

"그것이 어째서 제 잘못이란 말입니까?"

"나는 언제나 규범 안에서 살아왔다.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은 반드시 오만의 열매를 맺거나 오만의 꼬투리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 저에게는 온통 잘못된 것 뿐이라는 말씀입니까?"

"규범에 딱 들어맞는 것만이 미덕이라는 사실을 너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밖의 모든 잘못된 습관은 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 것들을 억지로 몰아내려는 그 태도입니다. 하지만 형님의 그런 주장도 역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겠죠."

"억지로 잘못된 태도를 몰아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될 수 있으면 그런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형님이 말씀하신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제 미덕을 줄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지금 너의 미덕을 값지게 평가하는 거다. 너는 스스로의 미덕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해라. 내가 너에게 말하는 것은 너 자신을 위축시키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너 자신을 발전시키라는 것이야.

그렇게 되면 네가 갖고 있는 다양한 소질들이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정신과 육체의 반항적 요소가 마치 교향악처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지. 너의 단점은 너의 장점을 길러주고, 나아가서 너의 선량한 기질은 순종의 미덕으로 표현되겠지…"

"제가 그동안 찾아 헤맨 것 역시 제 자신의 발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황야에서 발견한 것도 그것이었구요. 실상은 형님이 얘기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 사실 내가 너에게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심하게 얘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가 너에게 하신 말씀은 나도 대충 짐작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보자면 아버지의 말씀은 언제나 막연하고 불투명하지. 게다가 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신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아버지의 표현을 빌려 나타내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진짜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하인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뿐이다. 그러니 아버지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형님이 없을 때에도 아버지의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로서는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너는 아버지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은 게 아니다. 아버지를 이해하거나 그 말씀을 알아듣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야. 우리가 아버지의 사랑 아래 한 가족이 되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결국 아버지의 집안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요?"

"우리를 이 집으로 불러온 것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다. 너도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게다. 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만 봐도 그걸 짐작할 수 있지 않으냐? 어서 말해 보렴, 네가 집을 뛰쳐나가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니?"

"아버지의 품안이 이 세상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형님이 바라시는 것 같은 그런 인간이 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자기도 모르게 다른 땅, 다른 경작지,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그런 땅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나 봅니다. 혹은 인간의 흔적이 아직 미치지 않은 그런 곳이요. 그리고 미지의 거리로 달려가는, 또 다른 제 자신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을 뛰쳐나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