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가르치는 사랑은 목의 갈증을 물처럼 적셔주는 그런 사랑이다. 내 아들아! 집을 나간 뒤에 너는 무엇을 얻었느냐?"
"저에게 남은 것은 쾌락의 기억일 뿐입니다."
"하지만 쾌락의 뒤에는 항상 빈곤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아버지, 저는 그 빈곤 속에서 아버지가 항상 제 곁에 계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빈곤이 너를 이 아비에게 돌아오게 만들었다는 말이냐?"
"잘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거친 황야에서 배고픔과 갈증을 이 세상 무엇보다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너의 빈곤이 너로 하여금 부귀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아버지, 제가 말하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온갖 시련으로 제 마음이 텅 비게 되면서 비로소 거기에는 사랑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모든 재물을 다 낭비하면서 대신 열정을 사들였습니다."
"그래, 내 곁을 떠나니 행복하더냐?"
"저는 제가 아버지 곁을 떠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집으로 되돌아온 이유는, 네 발걸음을 돌린 것은 과연 무엇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게으름일지도 모르지요."
"게으름이라고? 너는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게 대한 사랑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게 아니란 말이냐?"
"아버지,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요? 저는 그 거친 황야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버지를 사랑했습니다. 저는 날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느라 완전히 탈진해 버렸습니다. 집에서는 그래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어쨌든 사실이다. 집에서는 하인들이 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공급해 줄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너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배고픔이었구나!"
"그 뿐만은 아닙니다. 저는 공포와 질병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저는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을 해쳤습니다. 기껏 보잘것없는 나무 열매와 들 메뚜기, 벌꿀 따위로 하루하루 목숨을 유지했으니까요. 처음엔 고생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차츰 저의 체력이 그런 고생을 감당할 수 없게 되더군요.
추운 밤이면 침대 위에 푹신한 이불이 덮인 우리 집의 따뜻한 침실이 생각났습니다. 먹을 것을 얻지 못해 끼니를 거를 때면, 남아 돌 정도로 풍성한 우리집의 음식들이 떠올랐습니다. 집에서는 사실 배고픈 일이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드디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빈곤과 배고픔에 맞서 싸울 힘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것을 느낀 겁니다. 그리고 또…"
"그랬으니 어제 그 살찐 송아지는 무척이나 맛이 있었겠구나…"
탕자는 방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얼굴을 바닥에 대고 흐느껴 울었다.
"아버지! 아직도 제 입에는 제가 늘 먹었던 그 야생 도토리의 거칠고 향긋한 맛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음식도 도토리의 그 맛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겁니다."
"바보 같은 녀석!"
아버지는 아들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내 말이 너무 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형이 내가 그렇게 따끔하게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이 집에서는 네 형이 모든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네 형은 너에게 이런 말도 해달라고 부탁하더구나. 이 집 밖에서는 절대로 너에게 구원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 말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봐라. 네 형은 너를 낳은 사람이 아니다. 너를 낳은 나는 네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너를 길거리로 몰아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지쳐서 돌아오게 되기를 간절하게 기다렸다. 만일 내가 너에게 와주기를 바랐다면… 나는 만사 제치고 곧장 너에게로 뛰어갔을 것이다."
"아버지! 그렇다면 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도 아버지를 볼 수 있었겠군요?"
"하지만 너는 지금 몸이 너무 쇠약해졌다. 그러니 집에 돌아온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제 그만 네 방으로 돌아가 쉬어라. 오늘은 그저 푹 쉬려므나. 그리고 내일은 형과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는 것이 좋겠다."
탕자 돌아오다 - 3. 어떤 것도 그 도토리의 맛을…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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