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네 형의 말을 들으니 네가 아직도 반항하는 태도라고 하더구나. 우리 좀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겠니? 어미의 발 밑에 엎드려 어미 무릎에 이마를 파묻어 보렴. 반항하는 너의 목덜미를 쓰다듬는 이 어미의 손길을 느끼면 너는 어떤 심정이 될 것 같으냐?

너는 어쩌자고 그렇게 오랫동안 이 어미를 떠났더란 말이냐? 그저 내 물음에는 눈물로 대답하는구나. 무엇 때문에 이제야 눈물을 흘리는 거냐? 얘야! 이 어미의 눈물은 그 동안 너를 기다리느라 다 흘러서 이제 아주 말라버린 것만 같구나. 그런데 너는 지금에야 집으로 돌아왔어."

"어머니는 그래도 저 같은 자식을 기다리고 계셨군요!"

"네가 돌아오기를 단 한 순간이라도 고대하지 않을 수 있었겠니? 밤마다 잠들기 전이면 나는 너를 생각했다. 오늘밤에 애가 돌아오면 문이나 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나는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다. 또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네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도를 드렸지. 나는 날마다 기도를 드렸다. 그러니 네가 어떻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겠니?"

"어머니의 기도가 제 마음을 돌이켜 주신 겁니다."

"하지만 어쩐지 비웃는 소리처럼 들리는구나."

"어머니, 저는 겸허한 마음으로 어머니께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고개를 깊이 숙인 것을 보세요. 이렇게 어머니 곁에 와 있으니 이제야 그 동안 제가 집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제 또 다시 집을 떠나지는 않겠지?"

"다시는 집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 도대체 무엇이 너를 그렇게 집밖으로 몰아낸 거냐?"

"어머니, 거기에 대해서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저를 몰아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제 자신이 스스로 뛰쳐나갔을 뿐입니다."

"그래, 우리에게서 뛰쳐나가면 행복해질 것 같았어?"

"저는 행복을 찾아 나섰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 네가 찾고 있었던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저는… 저는… 또 다른 제 자신을 찾아서…"

"너는 부모의 자식이며 형제 중 하나가 아니더냐?"

"저는 형제들을 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두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집으로 돌아와 있으니까요."

"그거야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너와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너 스스로 다른 형제들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서는 못쓴다."

"이제부터 저도 다른 가족들과 닮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침 체념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주위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저의 방랑은 정말 저를 완전히 녹초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너도 정말 나이를 많이 먹은 것 같구나!"

"밖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요."

"딱하기도 해라! 아마 잠자리나 먹을 것조차 찾기 힘들었을 거야."

"저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었습니다. 익지 않은 과일이나 상한 과일 따위도 상관하지 않았지요."

"그래 배고픈 것 말고는 다른 괴로운 일은 없었니?"

"한낮의 뜨거운 햇볕, 한밤중의 차가운 바람,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의 모래밭, 두 발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가시덤불, 이런 것들도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형님에겐 얘기하지 않았습니다만, 실은 저는 다른 사람의 종노릇까지도 했으니까요."

"어째서 형에게 그런 것을 숨겼느냐?"

"저는 우연히 무척 악독한 주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저를 엄청나게 부려먹었지요. 그들은 저의 자존심을 짓밟으면서도 먹을 것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비로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악독한 자의 종으로 살 바에야 차라리… 저는 꿈속에서 우리 집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탕자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어머니는 부드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

"이미 어머님에게 말씀 드린 것처럼 될 수 있는 대로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겠습니다. 우리 집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형님처럼 저도 아내를 맞이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 점찍어둔 사람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머니가 골라 주신다면 어떤 여자라도 상관없습니다. 어머니가 형님에게 해주신 것처럼 해주세요. 어머니의 뜻을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내가 골라주는 여자가 네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