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만이 아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비유의 말씀을 여기에 그려 놓았다. 마치 세 개의 연속된 화폭 속에 각기 그림을 그려 넣은 옛날 그림처럼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하느님과 내 자신의 궁극적인 승리에 대해서는 굳이 증명할 생각이 없다. 오직 나에게 생기를 넣어주는, 외면할 수 없는 영감에만 의지해서 이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러나 내게서 어떤 동정심 같은 것을 찾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내 그림 속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도 있으리라.

나는 마치 그림 한 귀퉁이에 이름이 적혀 있는 화가 자신처럼 그 탕자와 단짝이다. 그와 나는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얼굴이 온통 눈물로 얼룩진 채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는 단짝이다.

탕자는 집을 나가 오랜 세월 동안 방황했지만 끝내 자기가 찾던 행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방랑 생활 동안 누리던 향략조차도 결코 자신의 품에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탕자는 배고픔으로 밑바닥을 헤맸다. 그리고 그는 허망한 꿈을 붙잡아 헤매다 심신이 피폐해진 자신을 극도로 혐오한다. 아버지의 모습, 어머니가 가끔씩 들러 자상하게 돌봐주시던 자기의 침실, 맑은 물이 흐르던 정원, 언제나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던 집…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렸다. 형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 형은 조금도 애정을 느낄 수 없는 인색하기만 한 존재였다. 형은 아직 받지 못한, 자신에게 상속될 유산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존재였다.

그는 그들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봤다. 아버지는 내가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나를 보게 되면 지난날의 내 잘못 따위는 까맣게 잊고 너무나 기뻐해 주실 것이다. 나는 초라한 행색으로 먼지투성이가 된 머리를 깊이 숙이고 아버지 앞에 나아가리라. 그리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말하리라.

"아버지, 제가 하나님과 아버지께 진실로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사죄하면 아마 아버지는 나를 잡아 일으키실 것이다. 그리고 말씀하실 것이다.

"얘야,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그러면 나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탕자는 집을 향해 걸으면서도 계속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날 저녁 자기 집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이르렀다. 멀리 자기 집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초라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숨기고 싶었다. 그는 어둠의 장막이 사방을 덮기를 기다렸다.

멀리서 귀에 익은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이 꿇었다. 그는 땅바닥에 쓰러져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자기가 그분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그런 자신은 아버지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몹시 배가 고팠다. 그러나 낡아빠진 외투 주머니 속에는 자기가 돌봐주던 돼지들이 먹는 도토리 한 줌 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집에서는 저녁 준비를 하느라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관 앞 돌층계로 어머니가 나오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 그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 없어서 언덕을 내려가 뜰 안으로 들어섰다. 개가 그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댔다. 그는 이 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탕자는 하인들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워낙 의심이 많은지라 슬슬 그의 모습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나타났다.

주인은 방탕한 자기 아들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주인은 아마 그동안 쭉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주인은 반갑게 두 팔을 벌리며 아들을 맞았다.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한 팔로는 얼굴을 가리고 오른손을 치켜들어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했다.

"아버지! 저는 하나님과 아버지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감히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죄인입니다. 이제는 저를 아들로 생각지 마시고 머슴으로나마 데리고 있어 주십시오."

아버지는 아들을 얼싸안았다.

"내 아들아! 네가 돌아온 오늘이야말로 진정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날이다!"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이마에 입맞추던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하인들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가 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와라. 그리고 내 아들의 발에 신발을 신기고 손가락에는 비싼 반지를 끼워 주어라. 그리고 외양간에 있는 살찐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준비해라. 죽은 줄 알았던 내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느냐?"

아버지는 감격에 겨워 몸소 집안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 기쁜 소식을 누구보다 자신이 직접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보, 죽었다고 슬퍼하던 우리 아들이 다시 돌아왔소!"

기쁨에 가득 찬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심지어 하인들까지도 마치 축제날처럼 잔치 기분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딱 한 사람만은 퉁퉁 부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는 바로 탕자의 형이었다.

그는 성격이 옹졸했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식탁에 앉았지만 속으로는 몹시 못마땅했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의 뜻을 거스른 일이 없다. 그런데 이런 나는 제쳐두고 왜 저런 죄인에게 훨씬 큰 영광과 환대를 베푼단 말인가?'

그는 부모님과 다른 사람의 눈 때문에 마지못해 잔치 자리에 참석은 했지만, 내일 부모님이 동생을 꾸짖을 때 자기도 나서서 그를 따끔하게 혼을 내주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다. 마당에 피운 횃불은 활활 타올라 하늘 높이 불꽃이 치솟았다. 식구들은 화려한 잔치를 즐기노라 다들 지쳐서 차례차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탕자가 누워 있는 방 바로 옆방에서는 탕자의 어린 동생이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