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는 램프를 들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아무 장식도 없는 넓은 방 침대에는 동생이 얼굴을 벽으로 돌리고 누워 있었다. 탕자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동생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너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구나!"
"누가 못하게 하던가요?"
"네가 잠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이 들어야만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꿈을 꾸고 있던 모양이구나. 그래, 어떤 꿈을 꾸었니?"
"형과는 상관없는 꿈이에요! 꿈을 꾸는 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걸 형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꿈들이 매우 흐릿한 모양이구나. 그래도 내게 이야기해주면 나름대로 성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형은 자기 꿈이나 제대로 가꾸세요. 내가 꾸는 꿈은 그냥 내버려두고요. 그것이 서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에요! 형은 내 방에 왜 들어온 거에요? 남이 잠자는 것을 방해하자는 겁니까?"
"너는 지금 자고 있는 게 아니잖아? 나는 너와 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온 거야."
"나에게 무슨 할 이야기가 있나요?"
"아니야. 네가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그럼 가서 주무세요."
탕자는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문득 멈춰서서 램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램프는 방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되돌아와 침대에 앉아 어둠 속에 돌아누운 아우의 이마를 한참 동안 쓰다듬고 주었다.
"나도 형에게 대들곤 했지만, 너는 옛날에 내가 형님에게 한 것보다 더 거칠구나…"
동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분명히 말해 봐요. 큰형이 형을 제게 보냈지요?"
"그렇지 않다. 큰형이 보낸 게 아니고 어머니가 나를 보내셨다."
"그러면 그렇지. 형이 스스로 여기에 올 리가 없죠."
"하지만 나는 네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동생은 침대 위로 몸을 일으키더니 탕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리 집에서 누가 제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네는 큰형님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구나."
"큰형님 이야기는 제발 꺼내지도 마세요. 나는 큰형님이 너무 싫어요… 큰형님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에요. 제가 형에게 무례하게 굴었지만 결국 그것도 다 큰형 때문이나 마찬가지에요."
"그건 도대체 왜 그런 거냐?"
"형은 설명해줘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렇다 해도 한 번 말이나 해보렴."
탕자는 동생을 얼싸안고 달랬다. 동생은 형이 하는대로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었다.
"형이 돌아오던 날 나는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밤새도록 곰곰이 생각했지요. 저는 큰형님 말고 다른 형님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어요. 우리 집 마당으로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형님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내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형님은 아마 모를 거예요."
"그 때 나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지 않으냐?"
"그래요. 나도 형님의 그런 옷차림을 보았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형님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어떤 영광 같은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버지가 형님에게 하시는 모습을 보았어요. 아버지는 형님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시더군요. 큰형도 아직 갖지 못한 그런 반지를 말입니다. 저는 아무에게도 형님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형님이 멀리서 돌아왔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식탁에 모두 둘러앉았을 때 형님은 바라보고 있더군요…"
"너도 그 만찬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양이구나!"
"이제 보니 형님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었군요. 하긴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형님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저녁 형님은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우었지요… 물론 그것도 좋아요. 하지만 그 다음날 저녁에도…"
"어서 다 이야기를 해보렴."
"전 그래도 형이 저에게 한 마디라도 다정한 얘기를 해줄 줄 알았어요!"
"그래,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럼요,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린 줄 아세요? 그날 저녁 형님이 큰형과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큰형을 이렇게 미워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도대체 형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했습니까? 저는 형님이 큰형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형님에게 관심이 더 많았거든요."
탕자 돌아오다 - 8. 동생과의 대화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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