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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물소 뒤로 다가갔다. 매코머가 총알을 재다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다시 총알을 주워 서둘러 총에 넣었다. 그러는 동안 차는 거의 물소와 부딪힐 정도까지 가까워졌다. 윌슨은 "정지!" 하고 고함을 쳤다. 차는 뒤로 미끌어져 뒤집힐 뻔했다.물소는 등을 구부린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다. 매코머는 앞으로 뛰어내려 노리쇠를 뒤로 젖히고 될 수 있는 대로 검은 등 앞쪽을 겨누어 다시 쏘았다. 그리고 또 겨누어 쏘았다. 그리고 또 다시 쏘았다. 총알은 모두 물소에게 맞았다. 그러나 물소는 끄덕하지 하지 않았다.
그때 윌슨이 또 쏘았다. 쓍 하고 귀를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물소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매코머는 조심스럽게 겨누어 다시 한 반 쏘았다. 다음 순간 물소는 무릎을 꿇고 퍽 쓰러졌다.
"잘 됐어요." 윌슨이 말했다. "훌륭한 솜씨입니다. 결국 세 마리 다 잡고 말았군요."
매코머는 마치 취한 것 같았다. 너무 기뻤다.
"당신은 몇 발 쏘았소?" 그는 물었다.
"딱 세 발 쏘았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첫번째는 당신이 잡았고, 그게 제일 큰 놈이오. 나머지 두 마리도 당신이 잡는 것을 저는 도왔을 뿐입니다. 놈들이 수풀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아무튼 당신이 잡은 겁니다. 나는 그저 손을 좀 빌려드린 셈이구요. 아주 정확한, 대단한 솜씨였소."
"차로 돌아갑시다." 매코머는 말했다. "한 잔 마시고 싶군."
"그 전에 저 놈을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물소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둘이 다가가자 물소가 사납게 머리를 쳐들었다. 돼지 눈 같은, 가느다란 눈에 분노를 담고 그들을 향해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저 놈이 일어나면 큰일입니다. 주의하세요." 윌슨이 말했다. "조금 옆으로 돌아가서 귀 바로 뒷 부분을 쏘세요. 보기 좋게 한 방 쏘시는 겁니다."
물소는 분노에 가득 차 커다란 머리를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매코머는 그 목덜미 한복판을 조심스럽게 겨누어 한 방 쏘았다. 그러자 머리가 앞으로 푹 수그려졌다.
"이제 됐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척추에 맞았습니다. 참 대단한 놈들이지요?"
"자, 이제 한 잔 합시다." 매코머가 말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은 없었다.
차 안에는 매코머의 아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잘했어요, 여보." 그녀는 매코머에게 말했다. "길이 너무 험해서 고생했어요."
"차를 너무 거칠게 몰았던 것 같군요." 윌슨이 말했다.
"정말 혼났어요. 생전 이렇게 긴장했던 적이 었었어요."
"다 같이 한 잔 합시다." 매코머가 말했다.
"좋지요." 윌슨이 말했다. "우선 부인부터..." 그녀는 휴대용 수통을 들고 그대로 위스키를 들이마셨다. 그녀는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약간 몸을 떨었다. 그 다음 그녀는 매코머에게 병을 넘기고, 매코머는 그걸 윌슨에게 다시 돌렸다.
"정말 손에 땀이 나더군요." 여자가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머리가 아파요. 그런데 이렇게 차에서 총을 쏴도 좋은 줄은 몰랐어요."
"차에서는 총을 쏘지 않았는데요." 윌슨이 쌀쌀하게 말했다.
"제 말은, 자동차로 짐승을 쫓았다는 거에요."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쫓는 게 재미있지 않습니까? 웅덩이나 그밖에 여러 가지가 널려 있는 초원을 자동차로 달리는 거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는 사냥하기가 좋습니다. 물소라는 놈은, 우리가 총을 쏠 때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걸으면서 쏘면, 놈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셈이지요. 하지만, 이런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당신이 말한 대로 하자면, 이건 사실 위법 행위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건 비겁한 것 같은데요." 마고트는 말했다. "덩치만 크고, 대항할 수단이 없는 짐승을 자동차로 쫓는 것 말이에요."
"그런가요?" 윌슨이 대답했다.
"나이로비 사람들이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제가 면허증을 뺏길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기분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윌슨이 수통을 들어 또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실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매코머가 그날 처음으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신은 내 아내에게 약점을 잡힌 셈이로군."
"여보, 당신 말이 아주 그럴 듯하군요." 마고트 매코머가 말했다. 윌슨은 두 남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호모 남자가 레즈비언 여자와 결혼하면 도대체 그 애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러나 입밖으로는 "엽총 운반인 한 사람이 보이지 않네요. 혹시 어디 갔는지 알고 있습니까?" 하고 말했을 뿐이었다.
"글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매코머가 말했다.
"아, 저기 오는군요." 윌슨이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처음 물소 있는 곳에서 차가 출발할 때 아마 차에서 떨어졌던 모양입니다."
중년의 엽총 운반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그물 모양으로 짠 모자를 쓰고 카키색 윗도리와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고무신을 신은 발을 절룩거리며,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윌슨에게 다가와 스와힐리 말로 뭐라고 말했다. 백인 사냥꾼의 얼굴 표정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모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뭐라고 그러는 거에요?" 마고트가 물었다.
"처음 쐈던 그 물소가 일어나서 수풀 속으로 도망쳤답니다." 윌슨이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매코머는 멍하니 말했다.
"그럼 꼭 그 사자 꼴이네요." 마고트가 무언가 예상하고 있다는 듯 말했다.
"사자하고는 전혀 다를 겁니다." 윌슨이 대답했다. "매코머 씨,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고맙소. 한 잔 더 하리다."
지난번 그 사자에게 느꼈던 그런 느낌이 되살아오지나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그는 공포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그런 기분이었다. 공포 대신 분명 무언가 가득 차오르는, 그런 사기충천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물소를 한 번 보러 가지요." 윌슨이 말했다. "운전수에게 말해서 자동차는 그늘 아래 두도록 하겠습니다."
"뭘 하려고 그러는 거에요?"
"잠깐 물소를 보려고 그럽니다." 윌슨이 말했다.
"저도 가겠어요."
"그러시죠."
세 사람은 두 번째 물소가 누워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물소는 들판에 거무스름한 자태로 누워 있었다. 머리가 풀 위에 누워, 커다란 뿔이 양쪽으로 기다랗게 솟아 있었다.
"아주 멋진 머리로군." 윌슨이 말했다. "폭이 오십 인치는 될 것 같아요."
매코머는 기쁨에 넘친 표정으로 쓰러진 물소를 내려다보았다.
"세상에, 보기만 해도 흉측해요." 마고트는 말했다. "그늘에 좀 들어가도 될까요?"
"그럼요." 윌슨은 이렇게 말하며 매코머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 보세요, 저기 숲이 끊어진 데 보이시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