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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이 스와힐리 말로 흑인을 불렀다. 물소의 머리를 벗기고 있던 나이 먹은 흑인이 일어나 호주머니에서 총알 상자를 꺼내 매코머에게 주었다. 매코머는 탄창에 총알을 넣고 나머지 총알은 호주머니에 넣었다."당신은 스피링필드 라이플을 쓰시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윌슨이 말했다. "손에 익숙한 것이 좋지요. 맨리처 라이플은 부인께 맡겨두고 갑시다. 무거운 총은 엽총 운반인이 들고 갈 겁니다. 나는 이 큰 총을 들고 가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은 그 물소 말인데요..."
그는 매코머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물소가 덤벼들 때는 머리를 숙이고 똑바로 달려듭니다. 뿔이 앞으로 쑥 내밀어져서 머리를 총알에서 보호하게 되는 거지요. 치명타를 먹이려면 똑바로 코를 쏘아야 합니다. 그밖에 가슴팍을 겨누든가, 또 옆으로 서 있을 경우에는 목덜미나 어깨를 쏴야 합니다.
한 번 제대로 맞으면 녀석들은 발광을 하는 것처럼 몸부림을 치게 되지요. 절대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자기 자리에서 제일 편한 사격을 하세요. 저 친구들도 머리를 다 벗긴 모양이군요. 자, 이제 출발합시다."
그는 엽총 운반인을 불렀다. 그들은 손을 닦으면서 가까이 왔다. 나이 먹은 흑인이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콩고니만 데리고 가도록 합시다." 윌슨이 말했다. "다른 놈들은 새나 쫓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넓은 늪지대를 가로질러 물이 흘러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는 그 자국을 따라 넓은 초원을 덜컹대며 나아갔다. 자동차는 풀잎이 혀 모양으로 뻗어 있는 덤불 수풀 쪽을 향했다. 매코머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다시 입 안이 바짝 말라왔다. 그러나 그것은 공포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은 흥분 때문이었다.
"놈은 여기로 숨어 들었어요." 윌슨이 말했다. 그러고 나서 흑인 운반인에게 스와힐리 말로 "자국을 쫓아가라"고 말했다.
차는 덤불 사이에 반듯하게 멈췄다. 매코머가 내리고 다음에 윌슨, 그리고 운반인, 이런 순서로 그들은 차에서 뛰어내렸다. 매코머가 뒤를 돌아보니 아내는 총을 옆에 놓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덤불은 더 무성해졌다. 땅은 말라 있었다. 중년의 엽총 운반인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윌슨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매코머 바로 눈 앞에 그 붉은 목덜미가 드러나 보였다. 엽총 운반인이 갑자기 윌슨에게 스와힐리 말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앞으로 달려갔다.
"저 놈이 저기 뻗어 있군요." 윌슨이 말했다. "잘됐군요." 그는 뒤로 돌아 매코머의 손을 잡았다. 서로 쓴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하고 있을 때, 토인이 비명을 지르며 덤불 속에서 옆으로 게걸음을 치며 튀어 나왔다. 물소가 그 뒤를 쫓아온다... 코를 번쩍 쳐들고, 입은 꽉 다물고, 피를 질질 흘리면서 큼직한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덤벼드는 것이다.
물소는 조그마한, 돼지 같은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핏대가 올라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윌슨이 무릎을 꿇으며 쏘았다. 매코머도 쏘았다. 그러나 그의 총소리는 윌슨의 총소리에 덮여 들리지 않았다. 다만 커다란 뿔 끝에서 파편이 슬레이트처럼 튕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짐승의 머리는 쑥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쳐든 콧구멍을 겨누어 또 쏘았다. 뿔이 흔들리고 파편이 날리는 것이 보였다.
이미 윌슨은 보이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겨누어 그는 또 쏘았다. 이미 물소의 거대한 몸뚱이가 그에게 거의 덮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총은 덤벼드는 물소의 코에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악에 치받친, 사악한 작은 두 눈이 보였다. 그리고 머리를 아래로 숙인다. 순간 그는 하얗게 빛나는, 눈이 핑 도는 섬광이 머리 속에서 터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그가 느낀 모든 것이었다.
윌슨은 물소의 어깨를 쏘려고 한쪽 옆으로 비켜서 있었다. 매코머는 똑바로 선 채 물소의 코를 겨누어 쏘고 있었다. 그러나 겨냥이 약간 높아, 총알은 번번히 묵직한 뿔을 맞췄다. 마치 슬레이트 지붕에 총알이 맞은 것처럼 파편이 날렸다.
차 안에 있던 매코머 부인은 6.5 파운드 짜리 맨리처 라이플로 물소를 겨누어 쏘았다. 남편의 몸이 금방이라도 물소의 뿔에 찔릴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총알은 이 인치 가량 빗나가 남편에게 맞았다. 두개골 아래 한쪽 끝에 맞은 것이다.
프랜시스 매코머는 얼굴을 밑으로 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거기서 이 야드도 못되는 곳에 물소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었다. 윌슨은 그 옆에 서 있었다.
"몸을 뒤집어서는 안됩니다." 윌슨이 말했다.
여자는 히스테리컬하게 울고 있었다.
"나는 차 있는 데로 가봐야겠소." 윌슨이 말했다. "총은 어디 있습니까?"
그녀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엽총 운반인이 총을 집어올렸다.
"그대로 그냥 둬." 윌슨이 소리쳤다. 그리고 말했다. "가서 아부들라를 불러와. 이 사건의 증인으로 세워야 하니까."
그는 무릎을 꿇고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펴서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게 깎은 머리를 덮었다. 바싹 마른 땅속으로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
윌슨은 일어나서 옆으로 넘어져 있는 물소를 보았다. 네 다리를 쭉 뻗고, 가는 털이 난 배에는 진드기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정말 멋있는 물소야.' 그의 머리 속에는 기계적으로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오십 인치? 아니 그보다 더 될 것 같군. 훨씬 더 클 거야.' 그는 운전수를 불러서 시체 위에 담요를 덮고 옆에 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동차 있는 곳으로 갔다. 여자는 좌석 한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엄청난 일을 저질렀군요." 윌슨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 양반도 당신하고는 헤어지고 싶었을 테지만..."
"그만둬요." 그녀는 말했다.
"물론 이것은 사고일 뿐입니다." 그는 말했다. "사실이 그렇지요."
"그만두라니까요."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걱정할 건 없소." 그는 말했다.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취조할 때 도움이 되도록 사진을 좀 찍어 둡시다. 엽총 운반인들과 운전수도 증인이 되어줄 거구...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지요."
"그만두라니까!" 그녀는 말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차를 호수까지 보내 무전을 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셋을 나이로비에 실어가도록 비행기를 보내달라고 해야죠. 왜 독약을 쓰시지 그랬소? 영국에서는 그런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그만, 그만, 그만 하라니까!" 여자는 울부짖었다.
윌슨은 파란 눈으로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나도 이제 속이 후련합니다." 윌슨이 말했다.
"물론 화야 조금 났지만, 당신 남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는데..."
"아, 제발 좀 그만둬요." 그녀는 말했다. "제발, 제발 그만둬요."
"그러는 게 좋겠군." 윌슨은 말했다. "제발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훨씬 낫군. 그럼 나도 그만두기로 하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