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내렸을 때 매코머는 사자가 어떻게 느낄까 하는 것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자기의 두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을 뿐이다. 차에서 몇 걸음 걸어나가려고 했지만, 거의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넓적다리가 뻣뻣해졌다. 근육은 반대로 덜덜 떨렸다. 그는 총을 들어 사자의 머리와 두 어깨가 만나는 곳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손가락이 부러질 것처럼 힘껏 당겼으나 방아쇠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때서야 그는 안전 장치를 아직 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총을 내려 안전 장치를 풀고 얼어붙은 듯한 발을 간신히 움직여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때 사자가 휙 돌아서서 빠른 발걸음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자가 자동차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매코머는 쏘았다. 총알이 정통으로 들어맞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사자는 마구 달리고 있었다. 매코머는 또 쏘았다. 달아나는 사자를 총알이 비켜가 푸석! 먼지를 일으키는 것이 누구의 눈에나 뚜렷이 보였다. 좀더 낮은 데를 겨누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또 쏘았다. 총알이 사자 몸에 맞는 소리를 모두 다 들었다. 사자는 죽어라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가 총을 다시 겨누기도 전에 사자는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가 숨어버렸다.

매코머는 뱃속이 이상하게 불쾌해졌다. 그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스프링필드 라이플을 겨눈 채 꽉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내와 로버트 윌슨이 옆에 와 서 있었다. 엽총을 운반하는 두 명의 토인들도 와캄바 말로 뭐라고 지껄이며 옆에 서 있었다.

"맞았어." 매코머가 떠들었다. "두 발이나 맞았어."

"맞히긴 했는데, 약간 앞쪽에 맞은 것 같습니다." 윌슨이 신통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엽총을 운반하는 토인들도 무척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제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윌슨이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찾으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또 왜 그렇소?"

"쫓아가기 전에 놈에게 더 고통을 맛보도록 해 주자는 거지요."

"으흥, 그래요?" 매코머가 말했다.

"아주 근사한 놈이었는데..." 윌슨이 쾌활하게 말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주 고약한 곳에 가서 숨었어요."

"그건 또 왜 그렇소?"

"그놈하고 딱 마주치기 전에는 도대체 어디 숨었는지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참, 그렇구만." 매코머가 말했다.

"자, 이제 가보실까요?" 윌슨이 말했다. "부인께서는 자동차에 그대로 남아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린 지금 핏자국을 쫓아가야 하거든요."

"마고트, 여기 남아 있어요." 매코머는 아내에게 말했다. 입안이 너무 바짝 말라붙어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왜요?" 여자가 물었다.

"윌슨이 그렇게 하라고 그러지 않소."

"잠깐이면 됩니다." 윌슨이 말했다.

"부인은 여기 남아 계십시오. 여기 이대로 계시는 것이 더 잘 보이실 겁니다."

"그렇게 하겠어요."

윌슨은 스와힐리 말로 운전수에게 뭐라고 말했다. 운전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네, 잘 알았습니다, 나리."

그들은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 개울을 건넜다. 자갈밭을 지나 언덕을 돌아 건너편 언덕에서 땅 위로 솟아오른 나무 뿌리를 붙잡고 올라가 냇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드디어 매코머가 처음 총을 쏘았을 때 사자가 있다가 달아난 곳에 이르렀다. 엽총 운반인들이 갈대 줄기로 키가 작은 풀줄기를 가리켰다. 거기에 시꺼먼 피가 묻어 있고 그 핏줄기가 냇물 기슭 숲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매코머가 물었다.

"어떻게 하다니요? 별 수 없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차를 몰고 들어갈 수도 없어요. 언덕이 너무 가파르거든요. 놈을 좀더 괴롭힌 다음에 저하고 같이 둘이서 안으로 들어가 찾아봅시다."

"풀에다 불을 지르는 것이 어떻겠소?"

"풀이 아직 파래서 불을 붙이기도 어려워요."

"몰잇군을 집어넣는 것은 어떨까?"

윌슨은 마치 물건을 감정하듯이 상대방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물론 그렇게 할 수야 있습니다만..."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사자는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사자가 다치지 않았다면 그냥 몰아내는 것도 좋지요. 소리만 들어도 달아날 테니까요. 하지만 다친 사자는 이쪽으로 공격해 옵니다.

갑자기 딱 마주치기 전에는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토끼 한 마리 숨기도 어려운 곳에 바짝 엎드려 누워 있을 수 있다니까요. 그런 곳에 사람들을 몰라넣는 건 너무 심한 태도지요. 누가 됐건 반드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엽총 운반인들은 어때요?"

"아, 그 친구들이야 우리랑 함께 가지요. 그게 그 녀석들 일이니까. 우린 그것 때문에 녀석들에게 돈을 줘 가면서 부리고 있는 거구요. 그러나 녀석들도 그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도 안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소." 매코머도 말했다. 미처 머리 속으로 생각하기도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물론 억지로 들어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내가 비싼 돈을 받고 여기 따라온 것도 그런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거구요."

"그럼 당신 혼자 들어가겠다는 말이오? 까짓 것 그냥 놔두고 가버리면 되지 않을까?"

로버트 윌슨은 그때까지 사자와 자기가 말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래서 매코머에 대해서는 그저 조금 겁을 먹었구나...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매코머의 말을 듣고는 문득, 호텔 같은 곳에서 갑자기 실수로 남의 방문을 열었다가 봐서는 안될 장면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그러셨소?"

"그냥 버려두고 가면 어떻겠느냐 하는 거요."

"맞지 않은 걸로 해두자, 그런 얘깁니까?"

"아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거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 안 된다는 거요?"

"먼저 지금 사자는 엄청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누구 다른 사냥꾼들이 그 사자를 잡아버릴 수도 있구요."

"응, 알겠소."

"하지만 당신은 별로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들어가고는 싶소. 하지만..." 매코머는 말했다. "그저 좀 겁이 나는구먼."

"안에 들어갈 때는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윌슨이 말했다. "콩고니를 시켜 사자 발자국을 쫓아가게 하고, 당신은 내 옆에 한 걸음 물러서서 따라오십시오. 놈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됩니다. 놈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둘이서 쏘아 버리는 겁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내가 책임지고 지켜드릴 테니까요. 그러나 사실은 당신이 오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편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요. 제가 처리하는 동안 저기 부인에게 가셔서 같이 계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 나도 같이 가보겠소."

"그럼 좋아요." 윌슨이 말했다. "하지만 내키지 그만두세요. 아시다시피 이 일은 제가 처리할 일이니까요."

"같이 가겠소." 매코머가 말했다.

그들은 나무 아래에 주저앉아 잠시 담배를 피웠다.

"제가 잠깐 가서 부인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시라고 전하구 오죠."

"그렇게 하시오." 매코머가 말했다. 그는 겨드랑이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입 안이 바짝 마르고 뱃속이 텅 빈 듯한 느낌이었다.